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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지방대학의 위기와 지역사회의 역량- 조정우(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기사입력 : 2023-03-14 20:12:14

지역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던 지방대학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그 신호는 이미 오래전부터 감지되었지만 눈앞의 현실로 나타난 것은 2021년부터이다. 출산율의 저하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연결되어 2021년도 대학 입학생부터 수능 지원자 수가 40만대로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1990년대 초 100만 명을 넘어섰던 대학 입시 지원자가 30여년만에 60%나 감소한 것인데, 내년도에는 역대 최저인 41만 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순으로 올라오다가 이제 대학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문제는 학령인구의 감소가 지역별로 불균등하게 영향을 끼친다는 데 있다. 전국적으로 고른 현상이라면 각 대학들이 모두 그 감소분에 맞게 입학정원을 줄이면 될 일이다. 하지만 더욱 가속화되는 수도권 집중에서 대학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소위 ‘인서울’대학과 그 주변 수도권의 대학들은 학생모집에 크게 어려움이 없다. 인적·물적 자원이 서울로 집중되는 강도가 강해질수록 서울에 대한 선호도는 더 높아져, 비용이 많이 드는 서울 유학을 굳이 생각하지 않았던 지방의 학생·학부모도 막연한 기대와 불안 속에서 서울 유학을 선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령인구 감소의 악영향은 고스란히 지방대학들의 몫이 되어 버렸다.

그간 대학들에 대해 반(半) 자율적 정원 감축을 추진해 오던 정부는 작년 말 일련의 대학 제도 개혁조치를 발표하였다. 그중 핵심은 중앙부처인 교육부가 관장하고 있던 대학의 행·재정 권한을 지방자치체로 대폭 이관한다는 것이었다.

이 방침은 올해 2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 체계(RISE·라이즈) 구축 계획’으로 공포되었다. ‘라이즈’는 그간 ‘교육부-대학’으로 곧바로 연결되어 있던 고등교육 체계를 지방대학의 육성을 위해 교육부·광역지자체·지역대학 간의 상호협력 관계로 전환하고, 여기서 광역지자체의 역할과 권한을 크게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계획 추진의 첫 단계로 지난 2월 교육부는 시범지구를 공모하고 3월 초 그 결과를 발표했다. 경상남도는 부산·대구·경북·전남·전북·충북과 함께 7개 시범지구에 선정되어 곧 사업 수행에 착수하게 되었다. 교육부는 시범지역의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나머지 시·도에 대해서도 2024년 말까지 ‘라이즈’ 체계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지방 고등교육 체계 개편의 이면에는 다른 복합적인 목적과 요인도 있겠지만, 이제부터는 지역의 대학은 그 지역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만은 명백한 사실이 되었다. 경남에는 국립대학으로 경상대와 창원대를 비롯하여 사립대학으로는 경남대, 인제대 등 규모있는 대학들이 있지만, 인근 대도시인 부산의 대학들에 비해 결코 우위에 있지는 못하다. 게다가 예전부터 경남 지역에서는 영남권 교육의 중심도시인 대구로의 유학도 중요한 진학 루트였기 때문에 경남의 대학들은 서울은 물론이고 부산과 대구의 대학들과의 경쟁에도 노출되어 있다.

대학은 지역의 중요한 지적 자원이자 문화적 자산이다. 대학은 지역의 역량을 유지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한다. 개강 시즌이면 생기 넘치는 학생들로 북적이는 대학가의 활력은 곧 지역사회의 활력이다. 그런데 대학 진학을 위해 일단 고향을 떠난 학생들이 다시 고향에 돌아와 정착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역의 인재유출 과정에서 대학 진학은 결정적인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라이즈 계획은 지역사회와 지방대학 간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면서, 그 방안으로 지자체와 지방대학들이 긴밀히 협력하여 지방대학들이 지역사회의 요구에 맞게 특색 있는 연구·교육 과정을 마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지방대학들이 지방에 맞는 특기를 갖춰야만 한다는 것이다. 지방대학의 색깔과 능력을 규정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지적·문화적 역량이다. 지자체는 이 역량이 발현될 수 있도록 사회적 조건을 창출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조정우(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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