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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주항공청 출범, 우리는 왜 절실하게 원하나- 김해동(경상국립대 교수)

기사입력 : 2023-03-15 19:46:48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 지난 2일 입법 예고됐다.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2년 근무를 포함해 28년째 우주분야 연구개발을 하다 지난해 경상국립대 교수로 부임한 전문가로서 문제점과 대응 방안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특별법이 조직 구성과 인력 채용, 근무 조건에 국한돼 있다. 청사 입지가 사천으로 명기되지 않고, 조직 내 부서의 명확한 역할 분담도 없으며, 기존 우주분야 출연연들과 관계도 언급이 되지 않아 특별법만으로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매년 최소 수천억 이상의 우주분야 개발 예산이 각 부처나 기관으로 흩어져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우주항공청 역할과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권한을 명시, 적기에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우주항공청 입지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이다. 민간 주도로 우주개발을 하고 새로운 우주 비즈니스 시장이 출현하는 뉴스페이스시대에 우주개발은 곧 우주산업과 연결된다. 달이나 화성, 소행성 탐사와 같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연구가 아닌, 아리랑위성 같은 지구관측위성, 천리안위성과 같은 통신위성, 항법서비스 제공을 위한 한국형 KPS 위성 등을 만드는 일은, ‘연구’가 아니라 위성 ‘개발’사업이다. 국가 예산으로 개발하는 위성사업은 산업화를 위해 민간 주도로 개발되어야 한다. 따라서 KAI, 한화 등 기업이 집적화되어 있는 경남에 우주항공청이 설치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산업체를 위해 경남에 ‘(가칭)국가위성개발협력센터’를 두는 것은 우주경제 시대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다.

끝으로 특별법 통과와 사천 청사 출범을 바라는 경남도민으로서 스스로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주항공청 출범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우주산업이 무엇인지, 산업은 어떻게 발전하며, 관련 산업은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 등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 고민과 간절함 없이, 단지 수백명의 공무원이 내려온다고 우리 지역이 발전하리라 생각하면 안된다. 위성 개발은 개념설계부터 상세설계까지 수행되는 업무가 위성 사업 기간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나머지 기간 동안 최종 발사를 위한 부품을 조립하고 시험하는 과정을 거친다. 위성 부품을 만들고 조립하는 사업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장뿐만 아니라, 수리, 재급유, 수거·처리, 우주여행, 희귀 광물 채취, 신약·신물질 개발 등 미래 우주산업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우주항공청이 들어설 경남에서는 ‘(가칭)미래우주산업혁신센터’를 마련, 스타트업이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스페이스X사와 세계적인 우주기업이 나올 수 있다. ‘경남이 미래 우주산업 중심지가 되고, 사천에 우주항공청이 출범하기 위해’ 우리가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할 필요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김해동(경상국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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