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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고졸채용 확대와 사회변화의 시작- 황외성(경남도의회 운영수석전문위원)

기사입력 : 2023-03-19 19:31:17

우리나라 출산율이 0.78%로 추락했다. OECD국가 중 최저다. 평균출산율 1.59%의 절반에 가깝다. 고령인구는 900만 명을 넘겨 총인구 대비 17.2%다. 저출산율과 고령화속도가 OECD국가 최고라는 말이다. 노인빈곤율 최고는 덤이다. 원인은 각양각색이다. 일자리와 주택, 양육비 등 경제적 부담을 주요인으로 꼽는다.

최근 한 조사결과가 잘 말해 준다. 저출산 이유 1위는 ‘경제적 부담’으로 54.1%를 차지했다. 미혼자 중 출산계획 ‘없다’와 결혼계획 ‘없다’가 57.4%로 나왔다. 충격적이다. 이런 현실 앞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투입된 예산은 16년간 280조에 달한다.

뭉칫돈을 붓고도 출산율은 거꾸로 나타나는 원인은 무얼까? 효과성 부재라고 할 수 있다. 원인진단 또는 처방오류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일례로 대부분 투입된 예산이 사전 출산환경 조성이 아닌 사후적 현금성 지원이라는 지적들이 많다. 금년에도 중앙정부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 출산지원금 예산만도 5700억원이 투입되며, 70%가 현금지급이란다. ‘돈 주면 출산한다’고 규정한 듯하다.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낚시 법을 가르치라’는 선인들의 지혜를 되새기게 한다.

잘못된 교육시스템도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사교육비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초·중·고생 사교육비가 26조를 넘어선다는 통계청 발표가 방증한다. 1인당 평균 41만원을 썼다. 교육부예산 90조에다 26조의 사교육비가 추가된 것을 보고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학지향주의 때문은 아닐까? 세계10대 경제국가, 영향력 6위 국가의 명성 이면에, 경제력 걱정으로 출산을 꺼리고, 노인빈곤비율 OECD 꼴찌국가라는 그림자는 왠지 어색하다. 더 큰 우려는 거꾸로 나타나는 결과에도 돈의 쓰임은 변함없다는 점이다. 고착화된 것을 바꾸기 쉽지 않음을 알면서도, 역발상적 시각에서 다소 무리한 제안을 끄집어내 본다. 제반 문제의 근본은 일자리에 있고, 그 시작은 청년일자리이며, 인기영합을 넘어서는 획기적 처방이 요구된다는 동의를 전제하면서…. 육아를 위한 현금지원보다 가정만큼이나 잘 키울 수 있는 제도 마련은 물론, 대학진학·취업·결혼전쟁 속에 세계 제일의 빈곤노인으로 전락돼 노령연금에 목메야 하는 이 악순환을 단절시키는 올바른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우선 조기취업과 대학진학의 우선순위를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명목적인 대학진학이라는 비효율성 관점에서, 그 대책으로 고졸취업 등 조기취업 문화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대학졸업이 취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이며, 국가적 낭비라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일까? OECD평균 대학진학률이 41% 정도라고 한다. 국민소득 세계 1위 룩셈부르크, 아시아 1위 싱가포르는 물론, 미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잘나가는 나라들의 대학진학률은 우리나라의 절반 언저리로 알려져 있다. 특정분야를 제외하고는 대학졸업이 취업의 필수조건인 사회가 아닌 것이다. 진학보다 취업이 우선시하는 인식은 사회 곳곳에 만연하다.

최근 어느 마이스터고 교장선생님의 열변이 필자의 생각과 동일시됨을 느끼면서 확신감은 더해진다. ‘본교는 선 취업, 후 진학을 지향하며, 기업 맞춤형 교육으로 좋은 기업에 취업시켰더니, 취업 후 대부분 일과 관련된 대학공부를 하고 있다’는 요지다.

얼마나 효율적이고 이상적인가? 이처럼 ‘선 취업 후 진학’이라는 작은 사회변화가 조기결혼과 조기출산, 정연연장 및 노후안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로 바뀌는 나비효과가 나타나길 희망해 본다. 물론, 그 마중물은 정부의 몫이다. 대기업 하청구조의 국가 산업 구조에서 양질의 중소기업 일자리 구조로의 전환에 전력해야 한다. 그전에 정부나 공기업, 출자·출연기관, 대기업부터 고졸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의무 채용비율을 높여 나가는 것을 그 시작으로 함이 첩경이 될 것 같다.

황외성(경남도의회 운영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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