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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65) 함안 둑방길

꽃들 수놓인 저 둑방길에서 우리의 소풍은 시작됐다

기사입력 : 2023-03-24 08:32:09


함안 둑방

우리의 소풍은 둑방에서 시작되었다

어디서 출발하여 어디에서 끝나는지

키 작은

내 시선으로는

당췌 알 길 없었다

이름을 붙이면 풀꽃은 내 꽃이 된다

이 꽃은 창수꽃, 저 꽃은 진욱이꽃

4월은

그렇게 깊어가고

지금도 내 곁에 있다

☞ 진주에서 동으로 달려온 남강은 함안에 이르면 법수면, 가야읍 거쳐 대산면까지 정북으로 올라간다. 그래서 함안을 역수지형(逆水地形)이라 한다. 이 강의 지세를 따라 둑이 있다. 삽과 곡괭이로 330㎞가 넘는 둑을 쌓았으니 우린 그저 먼저 가신 어른들, 그 노동의 무게를 짐작할 뿐이다. 둑이 있기 전엔 함안 들판은 범람을 면치 못했다. 결국, 이 둑으로 인해 함안 쌀과 수박은 명품이 되었다.

내 시심(詩心)은 이 둑과 강에서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우린 이곳으로 소풍을 왔고, 둑 위에서 지는 놀과 모래톱을 보기도 했다. 이름 모를 풀꽃에 친구들 이름을 붙이곤 “이 꽃은 내 꽃, 저 꽃은 네 꽃” 하며 진종일 놀았다. 저녁 무렵, 소를 몰고 오는 사람의 실루엣은 얼마나 근사한 풍경이었던가. 지금 함안 둑은 축제의 장소가 되었고, 양귀비, 수레국화, 코스모스 등등 유난한 꽃들을 심어 관광객을 모으는 명소가 되었다. 시·글= 이달균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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