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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면- 이홍식(수필가)

기사입력 : 2023-03-27 19:51:28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내게 존재 의미를 있게 하고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다.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도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람을 살아있게 한다. 거기에 사랑과 관심이 더해진다면 내 자긍심을 키우고 삶의 의미를 더 강렬하게 만든다.

만약 상대가 이성이라면 의미가 또 다를 것이고, 서로 관심 두는 사이라면 그 정도가 훨씬 강렬할 것이다.

언젠가 심리학에 관한 책을 보며 사람 심리에 관해 이야기한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 남자들만이 모여 운동을 하는 경기장에 미모의 젊은 여자 관중이 한 명 들어와 경기를 지켜보면 그만 경기의 질이 확 달라진다는 실험 결과였다. 이런 일들은 우리가 살면서 수없이 겪는 일이다. 삶에 그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어찌 보면 남성과 여성은 서로를 떠받치는 지겟작대기다.

나에게 가장 확실한 증거가 있다. 내가 군인 시절이었을 때 완전무장을 하고 50㎞ 행군을 하는 훈련이 있었다. 온종일 걷다 보면 몸은 지치고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 고통이 여간 심한 게 아니었다. 절뚝거리며 걷다 보면 쓰리고 따가워 몇 걸음 걷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죽을 것 같다가도 어쩌다 시골 마을을 지나갈 때면 밭에서 일하던 사람과 마을 정자에 앉은 노인들이 손 흔들고 손뼉을 칠 때면 배낭과 총을 다시 고쳐 메고 힘차게 걷는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정말 신기했다. 아마 그런 이유가 바라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생텍쥐페리의 말을 빌리자면 “내가 아름다운 건 아름답게 보아주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 말이다.

만약 바라봐주는 상대가 없으면 사막 모랫길을 혼자 걷는 것처럼 외롭고 쓸쓸할 것이다. 반대로 보는 사람이 있다면 걷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우리가 세상을 사는 것도 그렇다. 아직 내 힘이 있어야 하는 가족과 이웃이 있고, 그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은 고된 훈련을 마치고 군악대 환영을 받으며 부대로 들어가는 병사처럼 당당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우리가 살던 이 땅을 떠날 때까지다.

이홍식(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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