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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봄이 하는 말- 강지현(편집부장)

기사입력 : 2023-03-27 19:51:34

봄이 벙근다. 물오른 가지 끝에 맺힌 꽃봉오리처럼 마음도 한껏 부풀어 오른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자연은 조용한 봄의 혁명을 시작했다. 곳곳에서 생명이 움트고 꽃핀다. 남녘에서 시작된 봄은 눈부시다. 매화, 산수유, 살구꽃, 개나리, 진달래, 벚꽃…. 숨 돌릴 틈 없는 ‘릴레이 꽃잔치’에 꽃멀미가 난다. 4년 만에 찾아온 ‘마스크 없는 봄’. 올해 봄은 유난히 설렌다.

▼봄은 기쁨이다.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를 쓴 조우성 변호사는 ‘우리는 천 가지의 슬픔이 있어도 한 가지의 기쁨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고 했다. ‘한 가지의 감동과 기쁨이 있다면 우리는 또 한 번 앞으로 발을 내디딜 수 있다’고. 봄은 그 ‘한 개의 기쁨’이 될 수 있다. 기쁨을 주는 건 봄이 가장 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들이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온다. 미소 짓지 않을 도리가 없다.

▼봄은 행복이다. ‘아주 보통의 행복’을 쓴 최인철 서울대 교수는 ‘행복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고 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사소함 속으로 더 깊이, 온전히 들어가는 것이 곧 행복’이라고 했다. 봄엔 누구나 ‘행복 천재’가 될 수 있다. 언 땅을 뚫고 나온 새싹을 들여다보는 일, 봄나물을 먹으며 봄을 음미하는 일, 한결 포근해진 바람을 느껴보는 일. 모든 게 경이로운 행복이다. 감탄사로 채워지는 삶엔 불행이 끼어들 틈이 없다. 어쩌면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 행복의 전부일지 모른다.

▼헤르만 헤세는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아이들은 다 안다’고 했다. ‘살아라, 자라라, 꽃 피어라, 꿈꾸어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로운 충동을 느껴라. 몸을 내맡겨라! 삶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런데 아이들은 다 아는 ‘봄의 말’을 어른들은 잘 모른다. 삶이 두려워 더 이상 꿈꾸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다. 사방에서 봄이 속삭인다. 우리가 할 일은 단 하나. 봄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고 봄이 하는 말을 듣는 일이다.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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