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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원정진료 환자 8만명… 창원 ‘공공의료 특화’ 의대 필요해

창원 의과대학 설립 국회 토론회

경남 의사 부족·의료 쏠림 심각

기사입력 : 2023-03-27 20:40:13

의사 수가 전국 평균을 밑도는 데다 각 시·군 의료 격차가 큰 경남지역의 의료 인력 확보와 이를 통한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공공의료에 특화된 창원지역 의과대학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기존 의대 정원 확대로는 지방의 공공의료 인력 확충이 어려워 공공의료에 특화된 의료인재를 길러내고, 이들을 또 지역내 의료취약지에 배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경남 창원특례시 의과대학 설립 국회 토론회’는 지역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고 비수도권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창원특례시의 의과대학 설립 필요성과 공감대 확산을 위해 마련됐다.

이번 토론회에는 최만림 경남도 행정부지사, 홍남표 창원특례시장, 창원지역 국회의원인 김영선, 강기윤, 최형두, 이달곤 국회의원과 경남도의원·창원특례시의원, 창원특례시 범시민추진위원회 위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27일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경남 창원특례시 의과대학 설립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창원 의과대학 유치가 적힌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창원시/
27일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경남 창원특례시 의과대학 설립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창원 의과대학 유치가 적힌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창원시/

◇진주·양산 제외 전 시·군 의사수 전국 평균 이하… 14개 시·군은 ‘응급의료 취약’= 경남도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20년 기준으로 1.65명, 전국 평균인 2.04명보다 적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수가 비슷한 부산의 3분의 2 수준이다.

‘경상남도 의사인력 수요 추계 및 확보방안 연구’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영수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 공공보건사업실장은 “경남도 내부 상황을 살펴보면 특정 지역의 의료 쏠림도 심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발제에 따르면 도내 시·군별 의사 수는 국립대병원이 존재하는 진주, 양산, 창원만이 경남 평균인 1.65명을 넘어서는 수준이고 상급종합병원이 소재하는 진주, 양산을 제외한 모든 시·군이 전국 평균보다 의사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거제(0.95명), 산청(0.95명), 함안(1.01명)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전국 평균의 절반 미만인 상황이다.

도내 시·군 중에서는 하동, 산청, 함양은 소아청소년과 의료취약지이고 산부인과가 없는 의령, 고성, 함양과 분만실 없는사천, 함안, 창녕, 남해, 산청, 거제, 합천은 분만 취약지로 분류됐다. 특히 종합병원이 있는 4개 시 지역을 제외한 전 시·군이 응급의료 취약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실장은 또 “의사인력 수요 추계를 보면 서울지역은 2019년부터 2050년까지 공급이 수요보다 1만5000명 이상 많은 것과 대비해 경남은 꾸준한 공급 부족으로 1만2043명이 부족하게 된다. 이는 전국 중 수도권을 제외하고 인구 대비 가장 부족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의사 인력 문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충식 한마음국제의료재단 한마음창원병원 이사장은 “의사 부족으로 수도권도 의사 모시기가 힘든 상황이니 산청의료원, 속초의료원도 의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지적한 뒤 “2000년도 의약분업을 하면서 의사협회와 약사협회를 달래기 위해 의대 정원을 3300명에서 3051명으로 줄인 정부 책임이 있고 잘못된 정원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구 154만의 강원도는 4개 의대에서 267명이, 인구 180만의 전북에서는 2개의 의대에서 235명의 의대생이 배출되고 있지만 경남·창원특례시는 340만 인구에도 1개 의대에서 의대생 76명만 배출되고 있다”며 “경남도민과 창원특례시민들도 교육, 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 의과대학 설립 필요한 이유는= 이어진 발제에서 임준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창원특례시 의대 설치 필요성과 정책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임 교수는 “의과대학 또는 의학전문대학원 정원을 보면 지역별 격차가 크고, 특히 경남지역이 적은 편이다”며 “의과대학 졸업 이후 지역별 분포를 봐도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정부가 생각하는 기존 의과대학 정원 확대만으로는 지역 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존 의대는 공공의료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 또 실제로 졸업 후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그 중에서도 구매력이 높은 진료과목에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고 지적한 뒤 “지역 필수 보건의료를 담당하며 지역 공공보건의료 역량을 제고할 의료인력을 양성하려면 결국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지역균형발전과 청년인구 유출과 연계한 의과대학 필요성에 대한 주장도 나왔다.

박영호 국립창원대학교 기획처장은 “인구 100만 이상의 인구를 가진 지방도시 중 의과대학이 없는 대도시는 창원특례시가 유일하다”고 지적한 뒤 “지역의 우수 인재가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고 실제 지난 2021년 경남의 한 해 인구 유출은 1만9000여명 중 20대 이탈률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원정의료 문제와 전국에서 2번째로 많은 산업재해 환자 문제도 지적됐다

김진호 경남신문 광고국장은 “경남지역의 원정진료 환자는 지난 2020년 7만3474명에서 2021년 8만2063명으로 늘었고, 진료비도 2020년 2억4691만원에서 2021년 2억7486만원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3년(2019~2021년)간 경남에서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74명이고, 창원국가산단 입주 기업들이 몰려있는 창원시는 매년 5000명 이상 화상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화상을 집중치료하는 병동은 한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공공보건인력 양성 법개정 필요… 창원 의과대학 차별화 고민도= 이날 모인 발제자·토론자들은 정책 방향이 수도권 쏠림 형상을 완화하고 지역 공공보건인력 확충, 지역 공공의료 강화를 향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구체적으로는 제4장에서 ‘공공보건의료인력의 양성’에 관한 규정을 추가·신설하고 공공의대(공공의료대학원)의 설치, 교육이념, 학생선발, 학비의 지원과 반환, 의무복무, 교육실습기관 등에 대한 내용을 규정해야 한다.

이어 단순히 창원지역 의과대학 설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지역 공공의료 강화로 연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 교수는 “지역 공공의료에 기여할 수 있는 의료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의과대학과의 차별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선발 과정에서 경남 지역 내 시군구 또는 중진료권별로 수급 불균형을 고려해 의무복무 희망 지역별로 할당해 선발하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고, 지원자격 역시 지역사회 공공의료에 관심이 있는 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과정에 있어서도 공공성을 특화한 체계화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지역사회 조기 노출을 통해 공공보건의료인력의 핵심 역량, 사회적 책무성을 강화하는 등 차별성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졸업 후 지역 공공의사 활동을 관리하기 위해서 해당 지역에서 요구된 필수보건의료를 전공할 경우 의무복무 기간을 단축하는 등 인센티브 제공을 검토하고 10년의 의무복무 기간을 부여해 배치·경력관리위원회에서 지역 내 의료격차, 인력 요청 기관 상황 등을 고려하여 배치를 결정하는 등 지역 의과대학으로서의 차별성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혜 기자 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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