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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부재중 전화는 범죄”… 법적 스토킹 범위 바뀔까

그동안 2005년 판례 근거 ‘무죄 판결’… 받지 않은 전화는 스토킹으로 안봐

최근 “부재중 전화도 스토킹” 판결

기사입력 : 2023-03-27 21:11:36

반복되는 ‘부재중 전화’는 스토킹 행위일까, 아닐까.

상대방에게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받지 않으면 스토킹 범죄가 아니라는 게 그동안의 법원 판결 추세였지만, 스토킹 처벌법(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후 이 법에 근거해 반복적인 전화를 받지 않더라도 스토킹 행위로 볼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최근 나오면서 유무죄가 갈리고 있다.

최근 경남에서도 발신자 표시를 안 뜨게 하거나 공중전화로 반복적으로 전화를 건 30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형사4단독(강희경 부장판사)은 지난달 15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피해자 휴대전화 또는 이메일 주소로 메시지나 음향, 영상 등을 보내지 말라는 잠정조치 결정을 법원으로부터 받고도 지난해 5월 말부터 10여일간 발신자 표시 제한이나 공중전화를 이용해 피해자 휴대전화에 17차례 전화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창원지법 형사4단독 강 부장판사는 “공소사실은 비록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건 행위 자체가 잠정조치 위반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그런데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 때 상대방 전화기에 울리는 ‘전화기의 벨소리’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이라고 볼 수 없는 점에 비춰보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 또는 ‘차단된 전화’가 표시됐더라도 이는 휴대전화 자체의 기능에서 나오는 표시에 불과하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달리 부재중 전화와 차단된 전화 표시 등에 대해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는 판결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의 제2조 제1항에서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킨다는 것’을 적극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천지법 형사7단독은 지난 1월 29일 특수협박·재물손괴·주거침입·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B(42)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상대방의 전화에 일정한 정보가 도달하는 결과를 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법에서 명시한 ‘전화를 이용해 공포심 등을 유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여야가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해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은 반복된 부재중 전화도 스토킹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 이성만 의원 안은 반복해서 전화 통화를 시도하는 행위 자체를 스토킹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처럼 반복되는 부재중 전화를 스토킹 범죄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의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계는 현행법만으론 갈수록 다양해지는 스토킹 행위를 처벌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스토킹 행위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도내 여성단체 관계자는 “특정행위가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도 반복적인 행위로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공포감을 준다면 이는 명백한 스토킹 범죄”라며 “실제 벌어지는 다양한 스토킹을 포괄할 수 있게끔 스토킹 행위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료사진./픽사베이/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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