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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화양연화(花樣年華)- 강희정(편집부 차장)

기사입력 : 2023-03-29 19:40:37

봄이 화사한 건 벚꽃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리지어 폭발적으로 피어난 벚꽃을 보고서야 비로소 봄임을 실감한다. 따뜻한 햇살에 꽃망울을 터트리는 순간부터 마음이 설렌다. 만개한 벚꽃을 볼 땐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눈에 들어오는 것 모두가 분홍빛 꽃물이 든 것 같다. 눈호강도 잠시. 봄날 최고의 피날레가 다가온다. 하얀 폭죽 같은 벚꽃의 낙화, 흩날리는 벚꽃잎이다. 봄꽃 구경의 첫 손가락에 벚꽃을 꼽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토독, 토독, 톡톡톡… 벚꽃이 여기저기서 폭죽처럼 터지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억눌린 벚꽃 나들이 수요가 폭발하면서 진해군항제를 비롯해 전국 곳곳이 난리다. 벚꽃 명소마다 상춘객이 몰린다. 집 앞에도, 회사 뒷골목에도 벚꽃이 만개했다. 전국 명소에 뒤지지 않는 우리만의 벚꽃 명소다. 멀리 가면 봄도 저만큼 가버릴까 점심 시간 골목으로 벚꽃 나들이를 간다. 잠시지만, 우리는 가장 화사한 봄날을 보내는 중이다.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절을 ‘화양연화(花樣年華)’라고 한다.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지만 그 순간은 짧기만 하다. 벚꽃이 활짝 피고 지는 봄의 절정이 꼭 ‘화양연화’와 닮았다. 계절은 돌고 돌아 봄은 또 오겠지만 그 절정의 시간은 늘 우리를 아쉽게 한다. 벌써부터 이 모습 그대로 조금만 더 있어주길 바라지 않던가. 그래서 매년 찾아오는 봄이 새롭게 느껴지고 변함없는 설렘을 안겨주는지도 모르겠다.

▼짧은 봄날의 꽃놀이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법, 벚꽃엔딩이다. 이번주를 절정으로 봄날의 ‘화양연화’가 끝을 향해 달린다. 남은 시간 봄이 건네는 인사를 외면하지 말자. 이토록 화사한 봄이 내미는 손을 모르는 척 말자.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져도 여전히 아름다운 벚꽃잎까지 만끽해보자. 내 생애 봄날, 오늘이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화양연화’의 시간이다. 서두르시라. 지금이 아니면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강희정(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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