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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학 교재 불법 복제

대학생 “비싼 교재값 부담”- 출판계 “복제는 엄연한 불법”

PDF파일 구해 PC로 보거나 스캔

기사입력 : 2023-04-18 20:30:15

“물가도 많이 올랐는데 비싼 대학 교재도 사야 해 부담이 큽니다. 복제가 불법이라는 것은 알지만 다들 그렇게 해요.”

“대학 교재는 학자가 평생 연구해 온 학문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그런 책을 돈 내고 보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정부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출판물 불법 복제 행위 집중 단속·수사에 나섰다. 최근 대학가 커뮤니티 사이트 등 온라인에서 출판물을 통째로 스캔한 디지털 파일(PDF)을 영리 목적으로 불법 거래하는 행위가 증가함에 따라 출판계 피해가 커지고 있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 특별사법경찰권에 근거한 수사를 통해 엄중 단속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창원의 한 대학교 구내서점 입구에 책 스캔이 불법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의 한 대학교 구내서점 입구에 책 스캔이 불법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김승권 기자/

17일 오전 방문한 경남대학교와 창원대학교 근처 복사집들에는 ‘책을 통째로 스캔한다? 그거 불법이야!’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경남대 인근에서 복사집을 운영하는 A씨는 “협회에서 단속을 많이 나오기에 대학 교재를 복제해 제본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도 “요즘에는 대학 교재를 스캔을 떠 PDF 파일로 만들어 태블릿PC에 넣어서 보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이후에 대면 수업이 사라지면서 이런 현상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대 교내 서점 관계자도 “출판사 직원들이 나오면 불법 스캔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고 자주 말한다”고 말했다.

창원대 앞에서 복사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코로나19 이후 대학 교재를 PDF화해서 많이 보는 거 같다”며 “대학 서적을 가져와 스캔해달라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갑 사정이 좋지 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비싼 대학 교재가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한탄도 나온다.

대학 커뮤니티에서도 “대학교재 PDF 파일 구합니다”, “복사집 PDF 인쇄되나요?” 등 관련 문의 글들이 눈에 띄었다.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 교재의 경우 최소 2만원에서 비싼 경우 5만원을 넘기도 한다. 또 일부 대학교수들은 본인이 저술한 교재를 학생들에게 구매하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다. 경남대에 재학 중인 오현근(20)씨는 “이번 학기에만 책값으로 8만원 정도 쓴 거 같다. 분량이 있는 책들은 비싼 게 이해가 되는데 얇은 책들은 가격이 이해가 안 된다”며 “주변에 친구들을 보면 책을 제본하거나 PDF 파일을 받아 태블릿PC에 넣고 수업에 많이 들어간다. 복사집에 불법이라는 안내가 있어 다들 불법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김모(24)씨는 “전공 서적을 담당 교수님이 무조건 사라고 해서 산 적이 몇 번 있는데 모두 다 해당 교수님들이 쓴 책이었다”며 “복수전공 같은 경우에는 다른 과 학생은 책을 물려받기도 힘들어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부담스러웠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학 교재 복제는 엄연한 불법이고, 학자의 연구성과이니만큼 정당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한 대학교수는 “교수가 쓴 대학 교재는 평생 학문을 연구한 끝에 탄생한 것들이다. 이런 책을 불법 복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이 쓴 책을 교재로 사용하는 이유는 그만큼 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수업 활용도가 좋기 때문이지 단순 영리 목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은상 경남대 언론출판원장은 “요즘 대학생들이 교재를 들고 다니지 않고, 일부를 복제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과 교수가 모두 불법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일일이 단속도 할 수 없어 참 애매한 부분이 있다”라며 “예전처럼 교수가 쓴 책을 강매하는 분위기는 거의 없다. 요즘에는 많이 사라지는 분위기다. 교수가 직접 학생들에게 선배들의 책을 물려받아 쓰라고 권유하기도 한다”고 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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