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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창동 예술촌을 돌아보며- 서형국(시인)

기사입력 : 2023-04-27 19:56:00

오래 전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죽어가는 상권인 창동을 서울의 인사동처럼 지역 명소로 바꾸는 데 힘을 보태달라고 건의한 적 있다.

한때 창동은 서울의 명동과 땅값이 비슷할 정도로 비쌌는데 시내라는 명칭이 사라지면서 더 이상 시민들은 거주지인 신도시를 벗어나 약속을 잡지 않게 된 것이다. 시민극장을 중심으로 반경 1㎞ 내 극장이 다섯 군데나 있었고 한일합섬과 수출자유지역의 근로자들은 주말과 휴일엔 크고 작은 약속들로 거리는 인파로 넘치기 일쑤였다. 경양식집 돈가스 가격이 3000원이었던 시절이지만 공장 노동자들은 월급날을 기다려 데이트 장소나 가족 외식장소로 창동을 택했고 고된 노동을 이어갈 원동력으로 삼기도 했던 기억이다. 현재 창동은 2012년부터 이름만 예술촌으로 바뀐 위태로운 지역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가 건물주와 협약해 저렴한 임대비로 예술인들에게 상주할 공간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입주자들은 실상 평일엔 가게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드물고 생계를 위해 투잡을 선택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중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창동은 어떤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지 현재 창동 예술촌에 입주해 ‘창동모꽁소’를 운영하고 있는 황원호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황 목수가 스스로 작가가 아닌 잡까라고 불리길 바라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이곳 공방은 많은 문인들을 포함한 예술인들이 심심찮게 방문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중 단골인 성윤석 시인은 시집 ‘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나 ‘멍게’를 통해 마산을 알린 시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황 목수는 먼저 창동 예술촌을 시에서 직영하기는 하지만 운영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인력을 지적했다. 아트디렉터 1명과 계약기간이 1년도 안 되는 계약직 아르바이트생 몇 명이 이끌어 가기에는 예술의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입주작가를 선정하는 파트별 전문가가 없는 점도 많이 아쉬워했다. 그리고 작가들에게 임대비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적인 생계 지원이 없으면 예술촌에서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입주민들은 하나둘 창동을 떠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위 문제점들을 들여다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예산이라는 벽인데 시민들은 쉽게 찬성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스치는 건 왜일까. 쉽게 말하면 시민은 문화의 가치와 삶의 질이 평소 생활환경에 따라 좌우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유일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낸 세금으로 예술 관련인들을 지원하는 모양새를 달갑게 받아들이기 힘들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자. 내가 걷는 거리의 조경과 공공시설의 디자인 그리고 새로운 관람거리 등은 그 지역민들이 무료로 누리는 문화 혜택이다.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드는 비용엔 분명 전문가의 경험과 지혜가 포함된다. 그러니 지자체가 특정 전문인력들에게 세금을 낭비한다는 생각은 내 주변의 문화 발전을 정체시켜도 된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생활의 질이 나아진다는 것은 그 공동체 의식의 질이 높아져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교육과 예술은 리스크가 큰 사업들이지만 산업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인위적 환경만큼 중요한 것은 인류가 누리고자 하는 문화의 발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서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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