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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트렌드] 티끌도 소중한 시대 ‘앱테크’ 뜬다

한 푼 두 푼 ‘줍줍’ 티끌 모으는 재미

경기침체 지속되자 적은 돈 알뜰히 챙기는 소액 재테크 인기

기사입력 : 2023-05-18 20:32:30

한때 ‘티끌 모아봤자 티끌이다’라는 말이 유행한 적 있었다. 이는 ‘티끌모아 태산이다’라는 속담이 변형된 것으로, 적은 돈 모을 바에는 사고 싶은 건 사고 먹고 싶은 건 마음껏 먹으면서 ‘한 번 사는 인생 행복하게 살자’는 욜로(YOLO) 시대를 대변하는 표현 중 하나였다. 한번에 많은 돈을 지출하는 플렉스(Flex) 소비를 정당화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되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흐름이 변했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티끌도 소중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1원, 10원씩 모으며 현금성 포인트를 제공하거나 기프티콘으로 교환할 수 있는 ‘앱테크(앱+재테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혹자는 길거리에 버려진 박스, 종이를 주워 모아 고물상에 판 뒤 소액의 생활비를 버는 폐지 줍기에 빗대 ‘디지털 폐지 줍기’라 부르기도 한다. 앱테크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걷고, 게임을 하는 등 참여 방식도 간단해 요즘 같은 경기 둔화 시기 쏠쏠한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 받고 있다.

‘올팜’ 앱에서 고구마를 재배하고 있는 모습./박은미씨/
‘올팜’ 앱에서 고구마를 재배하고 있는 모습./박은미씨/

◇상품도 받고, 게임도 하니 재미까지 덤

“틈틈이 스마트폰을 켜고, 누르기만 하면 돼요. 요즘 커피 한 잔도 5000원이 넘는 곳이 많잖아요. 들이는 노력 대비 공짜 커피를 받는 게 달달해서 계속하고 있습니다.”

박은미(26·김해시 외동)씨는 직장 동료의 초대 링크를 받고 ‘올웨이즈’ 앱을 깔았다. 앱 내의 농작물 수확 게임인 ‘올팜’을 하기 위해서였다.

해당 게임 상에서 양파, 사과, 고구마, 토마토, 커피 등 작물을 골라 재배해 수확하면 실제 해당 작물을 집으로 배송받아볼 수 있다.

틈날 때마다 은미씨는 앱을 켠 뒤 물과 비료를 주면서 작물을 키운다. 출석 체크, 친구 초대, 미니 게임 등을 통해 물과 비료를 얻으면 작물을 보다 빨리 키울 수 있다.

은미씨는 “처음에는 호기심에 시작했는데, 쏠쏠해서 틈날 때마다 앱을 켜고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며 “주로 커피를 키우고 있는데 지금까지 4번 수확해 커피 쿠폰을 받았다. 이번에는 고구마를 키워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성현(28·김해시 내동)씨 역시 해당 앱을 통해 작물을 재배하면서 소소한 혜택과 재미를 보고 있다.

주변 지인들이 농작물을 키워 직접 배송까지 받는 것을 본 그는 본인도 수확해서 배송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앱테크를 시작하게 됐다.

성현씨는 “게임 안에서의 수확이 현실로 이어진다는 게 신기했다”며 “앱을 통해 물과 비료를 주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작물을 직접 재배해 키우는 것 같아 보람과 흥미도 느낀다”고 전했다.

‘캐시워크’ 앱 캐시적립내역./서은희씨/
‘캐시워크’ 앱 캐시적립내역./서은희씨/

◇건강도 챙기고 티끌도 챙겨요

“건강을 생각해서 의식적으로 많이 걸으려고 합니다. 거기다 걸음 수에 따라 기프티콘으로 교환할 수 있는 포인트도 생기고 건강도 챙기니 일석이조입니다. 안 할 이유가 없어요.”

서은희(54·창원시 마산회원구)씨는 3년 전부터 만보기처럼 걸음 수에 비례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앱인 ‘캐시워크’를 이용해왔다.

평소에도 건강을 위해 꾸준히 걷기를 실천해 온 은희씨였기에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접근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걷기 외에도 앱 안에서 퀴즈, 팀워크 등 다양한 혜택을 통해 추가 적립도 가능해 차곡차곡 포인트를 쌓았다.

이렇게 쌓인 포인트는 카페를 비롯해 베이커리, 편의점, 영화관 등 다양한 분야의 이용권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그러다 그는 최근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지니어트’ 앱도 이용하고 있다. 걸음 수에 따른 포인트 적립을 비롯해 체중, 식단 등을 기록하면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프티콘으로 교환 가능하다.

은희씨는 “캐시워크의 경우 100보당 1캐시 정도 적립되는데 이렇게 보면 작아 보이지만 꾸준히 모으다 보면 어느덧 커피도, 치킨도 살 수 있는 큰돈이 된다”고 말했다.

토스앱 ‘내 친구와 함께 토스 켜고’ 화면./이유진씨/
토스앱 ‘내 친구와 함께 토스 켜고’ 화면./이유진씨/

◇앱테크 가능한 앱이 많아

“꾸준히 할 수 있는 앱테크면 이것저것 다 이용해본 것 같아요. 한 푼이라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은 관련해서 다양한 앱이 많이 생겨서 다 눌러보는 것도 일이에요.”

이유진(32·창원시 진해구)씨는 최근 들어 금융 플랫폼인 ‘토스’ 앱을 자주 열어본다.

해당 앱 이용자가 근처에 있을 때, 이용자의 아이콘을 클릭해 포인트를 받기 위해서다. 20회까지 10원, 그 이후는 9원, 8원, 7원, 6원, 5원, 4원, 3원, 2원, 1원으로 줄어들어 29번째부터는 1원씩 받을 수 있는데, 하루 최대 200회까지 누를 수 있다.

유진씨는 “스마트폰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잠깐잠깐씩이라도 들어가서 확인한다”며 “주변 사람들이 들어와야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들과 함께 들어가기 위해 추천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토스 앱을 통해 걸음 수와 방문 미션을 통해서도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어 최근 들어서는 많은 앱테크 가능한 앱 중 토스를 주로 이용한다”고 밝혔다.

◇경기 둔화에 ‘알뜰살뜰’… 올해 흐름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년 금융소비 트렌드와 금융 기회’ 보고서는 이같은 흐름에 대해 “경기 둔화에 절약 노력이 ‘무지출 챌린지’로 극단화되면서 금융생활에서는 소액까지 알뜰히 챙기려는 다양한 노력이 활발하게 시도되는 추세”라며 “올해는 경기 둔화의 여파로 안전하고 절약 지향적인 재무관리 태도가 소비자의 금융생활 전반에 확산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20~64세 금융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 중 71%가 재무관리를 위해 소액 재테크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또 올해 재무관리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최우선적인 실천 전략으로 ‘절약’을 꼽은 소비자는 61%로 조사되기도 했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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