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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154만원짜리 거북선-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기사입력 : 2023-05-21 19:26:43

154만원에 팔린 거제 거북선 이야기가 지난주 이슈였다.

거제 거북선은 2010년 김태호 도지사 재임 당시 경남도가 ‘이순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제작했다.

전문가 고증을 거쳐 길이 25m, 폭 8.67m, 높이 6.06m 크기로 제작된 이 거북선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1592 거북선’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 거북선은 만들어지자마자 짝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내산 소나무 ‘금강송’을 썼다는 홍보와 달리 값싼 미국산 소나무를 쓴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이 일로 제작업체 대표는 2012년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고, 당시 김두관 도지사는 도민 앞에 나서서 사과했다.

이 거북선은 이후에도 ‘애물단지’일 수밖에 없었다.

거제시는 거북선을 지세포항 앞바다에 띄워 놓고 승선체험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정작 이 거북선이 물에 떠 있던 기간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흔들림이 심하고 비가 샜기 때문이다. 얼마나 대충 만들었으면 물에 뜨지 못하는 배라니.

하는 수 없이 육지로 옮겨진 이 거북선은 지금껏 일운면 거제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돼 왔다. 육지에 옮겨놓아도 목재가 썩고 뒤틀리는 등 문제는 계속됐다. 보수공사나 도색 등에 매년 수천만원이 투입됐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들어간 거제시 예산만 1억5000만원이었다.

특히 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몰아친 뒤 거북선 선미(꼬리)가 파손, 안전사고 우려까지 제기됐다. 결국 폐기를 결정한 거제시는 이 거북선을 경매에 내놨고 7차례나 유찰된 끝에 154만원이라는 가격에 매각된 것이다.

사실 거제 거북선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세금이 살살 녹는 비슷한 사례를 수없이 봐 왔다. 뭐 하나 인기다 싶으면 너도나도 따라 한다거나, 유명세에 기대 뒷일은 생각 않고 일단 저지르고 보는 행정 사례들 말이다. 들어가는 비용이나 손해는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그 끝은 하나같이 시민들의 희생으로 귀결되곤 했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거제 거북선 낙찰자는 왜 다 썩어가는 거북선을 샀을까? 낙찰자는 ‘거북선이 그냥 폐기되는 게 안타까워 매매한 것’이라는 입장을 거제시에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100t이 넘는 이 거북선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해체하고, 옮기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에 약 1억원의 경비가 들 것으로 보여 실제 구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거제 거북선의 12년 여정을 보면 소위 말하는 전시행정, 탁상행정의 처음과 끝을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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