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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누가 죄인인가?- 하재갑(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상남도지부장)

기사입력 : 2023-05-21 19:26:46

예전 같으면 봄 이사철이라 부동산거래가 활발해야 할 시기임에도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 전세사기 이슈까지 겹친 이중고 속에 중개사무소 유지를 위한 월세도 못 내 생계를 위협받는 등 개업공인중개사들의 하루 하루는 참담할 지경이다. 어쩌다 전세를 찾는 고객이 있다 해도 중개 사고를 걱정하고, 심지어 사기꾼으로 지탄받을까 우려해 아예 물건 소개조차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세사기 등에 대한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나 정치권의 졸속입법과정은 도외시되고 모든 책임이 공인중개사에게 전가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정확한 분석 없이 이슈몰이에만 몰두하는 사이 공인중개사들은 잠재적 사기꾼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 분노하며 오랜 기간 생업으로 삼아 온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접어야 하나 하는 심각한 고민에 휩싸여 있다. 경찰의 전세사기 통계자료를 보더라도 전세사기의 88.5%는 무등록 무자격 컨설팅업체이거나 건축업자, 분양임대사업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공인중개사가 개입되었다는 내용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명 ‘바지사장’ 들이 불법 중개를 하거나 현장안내와 단순 사무만 볼 수 있는 ‘중개보조원’ 이 개입된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임에도 말이다.

아울러, ‘전세사기’와 구분되는 ‘깡통전세’, ‘역전세난’ 등은 전세사기와 관련 없는 계약 체결 이후 집값이나 전세금액이 떨어져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해 발생하는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 사례 케이스이다. 이 모든 이슈가 전세사기로 부각되다 보니 기존 세입자들마저 용어 사용의 혼란에 빠져 나도 전세사기를 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전세보증금 반환 가능 여부 문의가 늘고 있다.

우리 업계는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오랫동안 임대인의 선순위 임차인 정보, 국세·지방세 미납정보 등의 열람권한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나 정치권은 그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하고 난 최근에서야 임차인에게 임대인의 사전 동의를 받아 열람권한을 허용하는 법안을 시행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조치이다. 하지만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법정단체 승격과 더불어 개업공인중개사에게 계약체결 전에 확인할 수 있는 열람권을 부여하지 않는 한 이를 강제할 방법과 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져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또한, 개업공인중개사의 역할도 중요 하지만 임차인도 임대차계약 전에 꼭 사전 확인을 해야 한다. 먼저 시·군·구청에 등록된 개업공인중개사사무소가 맞는지, 주변 집값과 전세가의 시세를 정확히 알아보고, 그리고 계약 전에 해당 부동산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통해 대출금액 확인과 임대인에게 국세·지방세 완납증명서를 요구하여 세금체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다가구주택의 경우에는 임대인에게 선순위 임차인들의 보증금내역 정보를 요구하고, 매매금액 대비 전세가액, 대출금액 및 선순위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의 합계가 지나치게 높으면 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신탁등기가 돼 있는 부동산인 경우에는 신탁원부를 열람 확인한 후, 반드시 신탁회사와 계약을 체결(계약금 등 임대료도 신탁회사 계좌 입금)하고 우선수익자의 동의도 함께 받아야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주택임대차계약신고와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함께 받아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하재갑(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상남도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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