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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아메리칸 파이- 양영석(지방자치부장)

기사입력 : 2023-05-23 19:47:09

미국 로큰롤 뮤지션 4명은 1959년 1월 23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부터 버스를 타고 ‘윈터 파티 투어’라는 순회공연을 시작했다. 추운 날씨 속 3주 동안 미국 중서부 도시 20여 곳을 도는 강행군이었다. 힘든 여정에 지친 이들은 전세기를 빌려 공연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2월 3일 새벽 1시쯤 소형비행기가 이륙한 후 날씨가 악화됐고 무선 교신이 끊겼다. 다음날 아이오와주 클리어레이크 옥수수밭에 추락한 비행기 잔해가 발견됐고 탑승자는 모두 사망했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뮤지션은 버디 홀리, J.P 리처드슨, 리치 발렌스 등 3명이다. 버디 홀리는 당시로선 보기 드문 백인 록 싱어송라이터로 밥 딜런, 비틀스, 롤링 스톤스, 에릭 클랩튼, 엘튼 존 등에게 영향을 줬다. 특히 리드 기타, 리듬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밴드 크리켓츠(Crickets)를 결성했는데 이후 비틀스 등 수많은 록밴드의 정형이 됐다. 18세로 요절한 리치 발렌스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라밤바’, ‘도나’를 불렀다.

▼버디 홀리를 좋아했던 돈 맥클린은 비행기 추락사고를 소재로 1971년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를 발표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격동의 미국 사회와 대중음악계를 회고한 포크록이다. 가사는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차 난해하고 착잡함과 슬픔이 묻어나지만 곡은 대체로 경쾌하다. 전도유망한 뮤지션들이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날을 로큰롤 1세대의 종말을 고하는 ‘음악이 죽은 그날(The day the music died)’이라고 표현했다.

▼‘아메리칸 파이’는 1972년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8분 35초가량의 긴 곡이어서 우리나라 방송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지만 미국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소환하고 뭉클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친숙한 곡이다. 만약 외국인이 이 노래를 부른다면 그들의 호감을 얻을 듯하다.

양영석(지방자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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