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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이 만난 우리 시대의 청년예술인 (3) 비보이 ‘피직스(PHYSICX)’ 김효근

비보이계 살아있는 전설, 전설은 계속 된다

기사입력 : 2023-05-25 20:58:19

1984년 함안 출생으로 중학생 때 불편한 시선 피해 연습하다
공무원 전호열씨 도움으로 군청 회의실 사용 인연
지난달 ‘함안 스트리트 댄스 페스티벌’ 열려


2002년 18세 때 비보이 국가대표 선발돼
U.K 대회 등 주요 국제대회 우승 휩쓸어
2004년 엘보우 스핀 15.5바퀴는 아직도 회자


효리 끌기, 허리 돌리기, 번개 발 등 특기 위해
불굴의 노력과 시간 들여 후배 존경 한몸에
현재 후배 지도·심사위원으로 명성 여전


지난달 4월 22일 함안 군민의 날 행사 중 하나로 ‘함안 스트리트 댄스 페스티벌 대회’가 함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음악회, 연극, 뮤지컬 등 순수 예술 공연만 고집해 오던 함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 길거리 문화로 통하는 스트리트 댄스 대회가 열리자, 파격적인 기획에 청소년들의 관심은 뜨거웠고, 대회 30분 전에 500석이 넘는 좌석이 꽉 찼다. 대회는 끊임없는 박수와 탄성이 터져 나오는 열광 속에서 진행됐다.

1984년 함안에서 출생한 비보이계 전설의 인물인 피직스(PHYSICX) 김효근이 중학생 때 연습장이 없어 함안군청 회의실에서 연습한 인연과 미담이 대회 개최에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Air Freeze 동작 연습
Air Freeze 동작 연습

비보이들이 추는 브레이크댄스(breakdance)는 기성세대에게 생소할 수 있다. 춤의 기원은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강렬하고 빠른 힙합 비트에 맞춰 무용, 기계체조 마루운동, 서커스 곡예, 무술에서나 볼 수 있는 고난도의 몸짓들이 음악을 타고 격렬하고 때론 아주 부드럽게 연출된다.

김효근이 초등학교 때 비보이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한 것은 중학교 입학 후부터였다. 자발적으로 모인 후배 5~6명과 함께 방과 후 지금은 이전해 흔적만 남은 함안 말이산고분군 기슭의 3·1독립운동 기념탑에 모여 매일 연습했다. 어린 학생들이 나름대로 물색한 장소로 가야읍에선 이곳이 연습하기에 제일 적격이었다.

당시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았고, 무엇보다 탑이 있는 바닥에 대리석이 깔려 있어 머리를 바닥에 대고 도는 헤드 스핀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연습이 조금만 잘못되면 난간에 부딪혀 무릎과 발이 터지고 피가 흘렀다. 몸을 다치는 경우보다 극복하기 가장 어려웠던 것은 어른들이 공부하기가 싫어 몰려다니는 불량청소년으로 바라보는 선입견이었다.

탑이 있는 한적한 곳에서 그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습을 했고, 김효근은 달빛이 밝으면 혼자 올라가서 연습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막연하게 꿈을 키우고 있던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하루는 탑 옆을 지나가던 함안군청 공무원 전호열씨(현 행정국장)가 어린 학생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관심을 보이며 다가가 이것저것 물어본 후 그들의 사정과 고충을 파악하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전호열씨 머리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게 군청 청사 출입구 복도였다. 군청에 양해를 구하고 연습을 하게 해주었으나, 며칠 해보니 공무원들 퇴근 동선과 겹쳐 불편을 주기도 하고, 일부 공무원들은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아 다시 3층 회의실에서 연습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해 주었다.

어린 학생들은 이때부터 누군가 자신들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고, 그것도 군청에서 연습한다는 것은 심리적 큰 울타리가 되었다. 불량청소년으로 바라보는 분위기, 부상이 빈번하던 위험, 비가 오거나 추운 날씨에 대한 고민이 일시에 해결된 셈이었다.

당시 영·호남 화합과 교류 증진을 위해 함안군과 전남 장성군이 자매결연을 맺고 친선 교류 중이었는데 1999년 장성군이 제1회 홍길동 축제를 개최하자 전호열씨가 나서 비보이 김효근 팀을 장성군 축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주선을 했고, 이듬해 제2회 축제 때도 김효근 팀을 보냈다.

2001년 전호열씨가 함안면으로 발령이 나자 함안면 무진정에서 열리는 함안 낙화놀이 공연에 초대해 연당 가운데 무대에서 비보이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효근은 함안 낙화놀이 공연 직후 우리나라 최초 메이저 베틀대회인 B-boy jam 대회에 나가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4월 22일 함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23년 함안 스트리트 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한 '피직스' 김효근./경남신문DB/
지난 4월 22일 함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23년 함안 스트리트 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한 '피직스' 김효근./경남신문DB/
지난 4월 22일 함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23년 함안 스트리트 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한 '피직스' 김효근./경남신문DB/
지난 4월 22일 함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23년 함안 스트리트 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한 '피직스' 김효근./경남신문DB/

2002년 한국 축구팀의 월드컵 4강 신화로 온 국민의 이목이 축구에 쏠려 있을 때 한국의 비보이들은 뼈를 깎는 훈련으로 자신들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피직스 김효근은 2002년 18세 때 비보이 국가대표로 선발돼 영국에서 열린 U.K 대회 예선을 거쳐 결승에서 강팀 프랑스 배가본드 팀과 맞붙었다. 우열을 가리지 못할 정도의 접전으로 연장전까지 가게 된다. 축구로 비교하면 승부차기와 같은 것으로 다시 각 팀에서 2명씩 나와 겨룰 때 피직스가 마지막 댄서로 출전해 우승했다.

그 후 자신의 역사이면서 한국 비보이 역사가 되는 새로운 역사를 계속 써 내려갔다. 국내 대회에서 5번 우승을 했고, EURO PRO- AM 우승(2003년), 영국 U.K 챔피언십 SOLO & CREW 우승(2004년), 프랑스 Hip Hop Planet 우승(2004년), 대만 Taiwan 베틀 우승(2005), 프랑스 Ground Control 1대1 베틀 우승(2005년),영국 U.K 챔피언십 팀 베틀 우승(2005년), 프랑스 그라운드 컨트롤 1대 1 배틀 우승(2006년) 등 주요 국제대회 우승을 휩쓸었다.

지난달 열린 ‘함안 스트리트 댄스 페스티벌’에서 함안 출신의 세계적 비보이 ‘피직스’ 김효근씨가 하트를 보이고 있다./김용락 기자/
지난달 열린 ‘함안 스트리트 댄스 페스티벌’에서 함안 출신의 세계적 비보이 ‘피직스’ 김효근씨가 하트를 보이고 있다./김용락 기자/

피직스 김효근은 특기가 많다. 자신의 이름에서 명명한 ‘효리 끌기’, ‘허리 돌리기’, 번개 발, 춤을 추다 누운 자세에서 머리로 벌떡 일어나는 ‘부활’, ‘엘보우 스핀’ 등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고 흉내 내기조차 어렵다. 한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에다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했다. 2004년 U.K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팔목을 바닥에 대고 도는 엘보우 스핀 15.5 바퀴 회전은 아직도 회자 되는 전설로 남아 있다. 이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매일 3시간 이상 약 8개월 정도 연습하니까 10바퀴 정도를 돌 수 있었다고 말한다.

본명보다 피직스(PHYSICX)로, 국내보다 국외에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그는 ‘우주에서 온 중력을 거부하는 괴물’로 통한다.

비보이들이 추는 브레이킹(breaking)이 올해 9월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내년 프랑스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자 브레이크 댄서와 관계자들이 많은 관심과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현재 주로 후배 지도와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주변의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운명을 선택하고 개척한 그의 불굴의 정신에 같은 길을 걷는 많은 후배가 사랑과 존경을 표하고 있다.

조평래(소설가)
조평래(소설가)

조평래(소설가)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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