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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 매년 증가… 가해자 10명 중 6명 ‘상사’

마창여성노동자회 전화상담 분석

지난해 직장 내 성희롱 23% 최다

기사입력 : 2023-05-30 19:50:41


피해자 62% 근속 3년 미만 여성
38% “대응 못해”, 37%는 재상담
“개인 간의 갈등 아닌 조직의 문제”


“직장 상사 컴퓨터에서 저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대화방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대화방에는 저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부터 다른 남자 직원과의 성적 관계를 묘사하는 내용들이 담겨있었어요.”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마창여성노동자회)가 고용 평등주간(매년 5월 마지막 주)을 맞아 발표한 ‘2022년 평등의 전화 상담 분석 결과’에 소개된 한 여성 노동자의 피해 사례다.

마창여성노동자회는 지난해 접수된 530건의 상담 중 재상담을 제외한 331건의 초기 상담 분석 결과를 지난 29일 발표했다.

그 결과 직장 내 성희롱이 전체 초기 상담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상담 유형별로는 직장 내 성희롱이 77건(23.3%)으로 가장 많았고, 문제 발생 전 사전 정보 확인 40건(12%), 육아휴직 및 출산 전후 휴가 38건(11.5%), 직장 내 괴롭힘 35건(10.6%) 등 순이었다.


직장 내 성희롱 초기 상담 건수는 2020년 43건, 2021년 51건, 2022년 77건으로 매년 느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접수된 77건 중 93%(72건)가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령대를 살펴보면 40대(34.7%), 20대(23.6%), 30대(15.2) 순으로, 근속 연수가 짧은 여성 노동자(1년 미만 37.5%, 1~3년 미만 23.6%)의 상담이 가장 많았다.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는 주로 상사나 사업주였다. 가해자가 상사인 경우가 62.3%로 가장 많았고, 그 뒤 사장 24.6%, 동료 9.1% 순이었다.

피해자들이 사업주 또는 사내 고충 신고 시스템을 이용해 신고하는 경우는 54.5%, 상급자에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14.3%로 피해자의 68%가 성희롱 문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나머지 38%는 대응하고 있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이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고용 유지에 대한 불안과 직장 내에서는 물론, 대외적으로 피해 사실이 알려져 낙인과 재취업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노동자회는 분석했다.

지난해 접수된 상담 530건(초기 331건) 중 재상담을 신청하는 경우도 37.5%(199건)에 달했다. 이는 사건 해결을 위한 피해자의 적극적인 태도로 볼 수 있지만, 회사 내부에서 사건 해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는 평가가 크다. 박미영 마창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은 “직장 내 성희롱은 위계에 의해서 많이 발생하고, 특히 가해자는 상사이거나 회사 대표인 경우가 많다. 이런 피해의 특성상 피해자들은 많은 불이익을 감내하거나 회사를 그만둘 각오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직장 내 불합리함을 신고하는 사내 시스템은 이전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사측에서 꾸리는 조사위원회의 전문성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사에서 일어난 성희롱 문제를 개인 간의 갈등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문제가 일어났을 때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조직의 문제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현 기자 kimgij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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