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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금리 올리는데… 4월 은행 예금·대출금리 동반 하락

예금금리 3.43%·대출 5.01%

지난해 8월 이후 '최저' 수준

기사입력 : 2023-06-01 16:49:10

지난달 은행권의 예금금리가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까지 끌어올렸지만 예금금리는 떨어져 한은의 강력한 통화긴축 기조와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4월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평균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43%로 한 달 새 0.13%p 낮아졌다. 이는 2022년 9월(3.38%)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정기예금 등 순수저축성예금 금리(3.41%)는 0.12%p 하락했다.

지난해 8월 2.98%였던 예금 평균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급등해 지난해 11월 4.29%까지 올랐다. 그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에 채권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예금금리도 내림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은행 예금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1년 만기 은행채(AAA) 금리'는 지난 26일 3.905%였는데 지난해 11월 5%를 넘어선 것에 비해 크게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부실 부동산PF'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수신경쟁을 벌이면서 예금금리가 상승했는데, 올해 들어 비교적 안정되면서 은행이 예금금리를 높여 수신경쟁을 벌일 유인이 줄어든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4월 예금은행의 대출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5.01%로 전월보다 0.16%p 하락했다. 지난해 9월(4.71%) 이후 다섯 달 연속 하락세다.

기업대출은 5.25%로, 대기업(-0.18%p)·중소기업(-0.14%p)이 모두 내리며 0.16%p 떨어졌다. 가계대출은 4.82%로 0.14%p 내렸는데, 이는 지난해 8월(4.76%) 이후 최저 수준이다.

주택관련 대출금리가 모두 내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0.16%p 하락한 4.24%를 기록했다. 이중 금리 고정형(4.19%)과 변동형(4.46%)이 각각 0.13%p, 0.23%p 내렸다. 전세자금대출금리는 0.31%p 낮아진 4.11%로 나타났다. 일반신용대출 금리도 6.30%로 0.14%p 낮아졌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예금금리는 시장금리 내림세에 영향을 받았고, 대출금리도 코픽스(COFIX)와 은행채 등 지표금리 하락에 상생 금융 차원의 가산·우대 금리 조정, 인터넷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취급 확대 전략 등이 겹쳐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는 '역(逆)머니무브' 현상도 사실상 끝났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41조 6000억원이 은행 정기예금에서 빠져나갔다. 대부분 머니마켓펀드(MMF)나 주식시장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4월 말 자산운용사의 수신 잔액은 48조 2000억원 늘었다.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둔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말 46조 5000억원에서 이달 말 50조원 안팎으로 급증했다.

한은의 3연속 기준금리 동결과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금리 압박에도 시중은행의 신규 대출금리는 상승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신규 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 금리는 최저 연 3.91%에서 최고 연 6.147% 수준으로 나타났다.

상승한 은행채 금리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채 1년물과 6개월물은 대체로 주담대 변동금리와 신용대출 금리 등의 준거금리가 되는데,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은행채 1년물(무보증·AAA) 금리는 3.920%로 오르며 4%에 육박했다. 은행채 5년물은 5월 23일 3월 이후 처음으로 4%대에 복귀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금리에서 이탈한 자금을 채권 발행을 통해 메우면서 채권금리가 오른 상황이 어느 정도는 이어지겠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횡보세가 이어가다 중장기적으로는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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