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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용객 17명…50억 들인 통영 VR존, 매년 적자에 폐쇄 가닥

2020년 문 열었으나 이용객 저조…"무분별한 공모사업 지양" 지적

기사입력 : 2023-06-04 11:23:24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통영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통영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총사업비 50억원이 투입돼 경남 통영시에 조성된 가상현실(VR) 체험공간 '통영 VR존'이 결국 폐쇄될 운명에 처했다.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의 무분별한 정부 공모사업 따내기를 지양하고 적절성을 따져 효율적인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영시는 2025년 통영 VR존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3일 밝혔다.

통영 VR존은 삼도수군통제영이 있었던 지리적 배경을 살려 현재의 소매물도 등 지역의 아름다운 과거와 현재를 실감 나는 VR 콘텐츠로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조성됐다.

총사업비만 50억원(국비 25억원, 도비 7억5천만원, 시비 17억5천만원)이 투입돼 2020년 정식 개장했다.

하지만 통영 인구 감소와 비싼 이용료, VR 콘텐츠 최신화 불가 등의 이유로 이용객이 줄면서 적자가 이어졌다.

개장 후 집계한 하루 평균 이용객은 17.8(평일 15명, 주말 25명)명에 불과하다.

반면 운영비와 시설유지비는 매년 지출이 늘면서 2021년과 2022년 각각 1억3천800여만원과 1억3천900여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시는 통영 VR존 경영개선 컨설팅 용역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26일 열린 중간 보고회에서는 단기적으로 운영 효율을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설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이 시설은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용산업위기지역 문화콘텐츠 사업으로 추진돼 인테리어 내장 연수 5년이 지나야 재산 처분 제한을 받지 않아 2025년 이후에나 폐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적자 폭을 줄이는 것이 관건인 만큼 시는 위탁 운영 주체를 통영관광개발공사에서 통영한산대첩문화재단으로 이관하는 등 새 운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적자인 시설을 계속 유지한다면 시 재정에도 계속 부담이 돼 일정 기간까지만 운영할 계획이다"며 "폐지 이후엔 어떤 공간으로 활용할지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통영 VR과 같은 정부 공모사업을 추진할 때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영시의회 국민의힘 조필규 의원은 지난달 19일 '통영시 공모사업 관리 조례안'을 발의했다.

공모 사업을 추진할 때 그 타당성이나 재원 확보 방안 등을 미리 검토해 무분별한 공모를 지양하고 시 실정에 맞는 사업을 유치해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다.

이 조례안은 지난 2일 열린 제225회 제1차 정례회에서 소관 상임위원회(산업건설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의원들 간 공감대가 형성돼 조례안 통과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조 의원은 "정부 공모사업이라고 해서 일단 다 신청하고 보자는 식의 추진은 이후 처리 문제 등 또 다른 과제를 남긴다"며 "의회를 거쳐 공모 사업의 적법성과 타당성 등을 따져 효율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으로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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