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의료칼럼] 뇌수두증

김영준(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신경외과 교수)

기사입력 : 2023-06-05 08:03:10

우리의 뇌는 뇌척수액이라는 투명한 액체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다시 말해 뇌는 머리를 감싸고 있는 두개골 안에 채워진 뇌척수액 속에 떠 있는 것과 같은 생태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를 순환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하루 450㎖씩 생산되며, 외부 충격으로부터 뇌척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뇌척수액의 생성과 흡수의 불균형에 의해 뇌실(뇌 속에 액체가 차 있는 빈 공간)이 확장되고, 두개강 내 압력이 상승하면 뇌수두증이 발병할 수 있다.

뇌수두증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은 뇌척수액의 통로 폐쇄이다. 폐쇄가 일어난 위치에 따라 뇌실 내 뇌척수액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으면 뇌수두증이 발생하는데, 주로 수도관(뇌척수액을 운반하는 통로)이 협착되거나 제4뇌실(소뇌와 뇌척수액 통로)의 배출구가 종양 등에 의해 막혀 발생한다. 또한 지주막 융모(뇌와 척수를 감싸는 막에 있는 털과 같은 조직) 혹은 지주막 과립(융모의 큰 집합체)이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 정맥동(뇌를 순환했던 혈액이 모여 심장으로 가는 죄우에 하나씩 있는 큰 정맥)의 압력 증가로 인한 뇌척수액의 흡수 장애로도 뇌수두증이 발생한다.

뇌수두증의 증상으로는 높아진 뇌압으로 인한 두통과 오심, 구토, 시력의 소실, 인지기능 저하 등이 있다. 만약 이러한 증상이 없다면 뇌 외상이나 뇌막염, 뇌수막염 등의 후유증으로 뇌 위축이 오면서 서서히 진행된 수두증인 경우가 많다. 뇌수두증 치료 원칙의 첫 번째는 뇌의 불가역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가급적 조기에 진단하여 치료하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뇌실이 점진적으로 확장되고 두개강(머리뼈 속의 공간) 내 압력 상승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대부분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뇌의 아랫부분(후두와) 종양, 송과체(머리 가운데 위치한 내분비기관) 부위 종양 등 수두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있는 경우 원인을 제거하는 수술이 먼저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치료로는 소변의 양을 증가시키는 이뇨제를 사용하여 뇌척수액을 생산?분비하는 맥락총의 기능을 저하하거나 뇌척수액 흡수를 증가시키는 약제의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뇌실 내 카테터를 삽입해 뇌척수액을 빼내는 배액술이나 척추에 바늘을 삽입해 뇌척수액을 추출하는 배액술이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수두증에서 가장 많이 쓰는 치료 방법은 단락술로, 카테터를 삽입해 증상을 일으키는 여분의 뇌척수액을 신체의 다른 공간으로 유도하여 배액 하는 수술이다. 단락술의 종류로는 뇌실-복강 단락술이 가장 많이 사용되며, 그 외에도 요추-복강 단락술, 뇌실-심방 단락술, 뇌실-두피하 단락술 등의 방법을 시행할 수 있다.

김영준(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신경외과 교수)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