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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집착(執着)- 이상권(서울본부장)

기사입력 : 2023-06-07 19:41:05

집착(執着)은 어떤 대상에 마음이 쏠려 매달리는 상태를 의미한다. 과도한 자기중심적 이기심이 내재한 감정이다. 다양한 입장의 수용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독단의 울타리에 가둔다. 왜곡되고 편향된 관점으로 상황을 재단한다. 나만 옳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으로 명예와 이익에 탐닉하면서 문제를 유발한다.

▼유무형의 존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을 곧잘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주체와 대상을 깊이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심리적 배경이 깔렸다. 직책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이들 다수가 타인에 의해 끌려 내려오는 불명예를 적잖이 목격한다.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다. 필요충분 조건을 넘어선 과소유에 집착한다. 허기진 탐욕의 그릇을 채우기에 충분한 현실은 애초 없는지도 모른다.

▼최근 경실련은 현역 국회의원 296명 중 최소 60명이 임대업을 겸한다고 밝혔다. 2채 이상 주택이나 비거주용 건물, 대지를 소유한 과다 부동산 보유자도 100명이 넘는다. 주식이나 가상자산까지 정밀 조사한다면 ‘도덕적 해이’에서 더욱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지방선거 때 후보자로부터 공천을 빌미로 금품을 받은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는 파렴치한 정치인도 있다. 권력을 앞세워 물욕을 채우는 국민대표의 민낯이다.

▼집착은 과욕을 낳고, 그릇된 욕망은 존재의 의미를 황폐화한다. 어리석음을 좇다 인생을 허비하기 일쑤다. 비단 정치권에 한정된 얘기만은 아니다. 중국인의 정신적 스승으로 존경받는 지셴린(季羨林)은 산문집 ‘다 지나간다’에서 불안정한 것이 인생임을 받아들이고 순간의 고통과 기쁨에 집착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부질없이 눈앞의 명리(名利)에 연연해하지 말라는 통찰이다. 그가 인생 좌우명으로 삼은 도연명의 시 ‘신석’(神釋) 마지막 구절이다. ‘커다란 조화의 물결 속에서/기뻐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게나/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버리고/다시는 혼자 깊이 생각 마시게.’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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