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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훔친 문화재는 원래 자리로- 이현근(경제부장)

기사입력 : 2023-06-08 19:34:03

19~20세기 제국주의 시절 세계 각국을 침략해 문화재를 약탈했던 독일과 영국, 미국 등 당시 서구열강들이 최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이라도 하듯 약탈문화재 반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황청 바티칸박물관도 소장한 파르테논신전 조각품 3점을 그리스에 반환하기로 했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와 관련해 십계명을 상기시키며 “이것이 일곱 번째 계명입니다. 물건을 훔쳤으면 돌려줘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문화재 반환운동은 유네스코를 비롯해 각국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자국 500여 곳의 박물관 소장품을 조사해 약탈문화재 반환작업에 착수했다. 나이지리아는 1980년대 식민 지배 당시 독일과 프랑스, 영국에 빼앗겼던 1200여 점의 베냉 문화재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이라크도 영국으로부터 6000여 점의 문화재를 반환받았다. 이집트는 미국으로부터 2300년 전 이집트 왕조 시대 유물 ‘녹색관’을 돌려받았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해외로 밀반출된 문화재가 27개국에 약 22만 9000점에 달하지만 700여 점만 환수됐다. 한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문화재를 가장 많이 강탈한 국가는 일본으로 44%, 9만 5600여 점에 달하고, 다음으로 미국(25%), 중국(6%), 영국(4%), 프랑스(3%) 순이라고 한다. 이들 국가는 훔친 물건으로 박물관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지속적인 요구에도 모른 채 일관해온 옛 서구열강들이 문화재 반환에 슬쩍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국의 이익과 직결된 외교적 이유 등이 내포돼 있을 뿐 적극적이지는 않다. 여전히 문화재를 강탈당한 국가들과 약탈한 국가간 소유권을 놓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일간 외교적 변화가 문화재 환수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일본은 비협조적이다. 훔친 물건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돌려줘야 한다.

이현근(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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