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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이 그린 40년 전 경남신문 로고

문신미술관, 1984년 추정 드로잉 8점 발견

신문사 정체성 위한 ‘브랜딩’ 시도 뜻깊어

문자로 회화적 추상 추구… 문신 특성 담겨

기사입력 : 2023-06-18 20:46:12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의 로고 디자인 과정을 엿볼 수 있는 40년 전 ‘경남신문’ 로고 드로잉 노트 작업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은 지난해 문신 선생의 소장 작품을 살피던 중 경남신문 로고 드로잉 8점을 발견했다. 노트는 미술관이 소장한 2000여점 넘는 드로잉 작품 가운데 일부여서 그간 조명받지 못하다가 지난해 전시를 위해 전체 드로잉 작품을 살피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조각가 문신이 지난 1984년 경남신문 제작 의뢰를 받고 그린 것으로 보이는 ‘경남신문 로고 드로잉’./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조각가 문신이 지난 1984년 경남신문 제작 의뢰를 받고 그린 것으로 보이는 ‘경남신문 로고 드로잉’./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8장의 노트에는 펜촉을 주제로 문신의 대칭적 조각을 곁들인 로고, 신문사, 기자의 상징인 펜촉을 사방으로 뻗친 로고, 경남의 ‘ㄱ’, ‘ㄴ’을 변형한 로고 등 여러 방면으로 구상한 흔적이 남아있다. 로고 아래 경남신문사를 한자나 한글로 적은 디자인 스케치도 나열돼 있다.

최성숙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명예관장은 이 드로잉들이 1984년쯤 의뢰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문신과 채화 엽서를 주고받으며 친분이 두터웠던 이광석 전 경남신문 편집국장도 같은 시기에 로고 디자인 이야기가 오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문신은 1981년 경남신문에 ‘돌아본 그 시절’이라는 유년 회고록을 연재했으며, 1982년 1월 1일에는 창간 축화를 그리는 등 경남신문과 활발히 교류할 때다.

지난 15일 문신의 부인이자 예술적 동지였던 최성숙 창원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이 문신 작가의 경남신문 로고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이슬기 기자/
지난 15일 문신의 부인이자 예술적 동지였던 최성숙 창원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이 문신 작가의 경남신문 로고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이슬기 기자/

최 관장은 “고향 마산에 있는 언론사들은 특별히 아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셨는데 당시 경남신문을 이끌고 문화예술계에 조예가 깊었던 이중 사장으로부터 의뢰받았으나 채택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 로고 자체가 문신 조각이다. 대칭이고, 화합이고 평화, 통일이라 언론사의 지향점을 잘 담아낸 수작이다”고 말했다.

문신의 경남신문 로고 드로잉은 집단이나 제품의 정체성을 위한 ‘브랜딩’이 드물던 시절, 경남의 신문사로서의 정체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브랜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뜻깊다. 특히 2000여점의 드로잉 작품 가운데 문신미술관 로고 디자인을 제외하면 거의 유일한 로고 디자인 작품인 점도 가치를 더하는 데 일조한다. 경남도립무용단의 로고 디자인이 2점 있으나, 로고 디자인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남아있지 않다.

미술관은 이 로고 작품들이 자신의 스타일을 녹여내면서, 본인의 작품에는 드러내지 않았던 문자 추상을 시도한 점에서 작품 자체로서의 가치도 뛰어나다고 밝혔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정서연 학예사는 “경남신문을 대칭으로 만들거나, ‘경남’이라는 글자에서 나오는 세모 네모 형태로 추상화하고, 자기 작품 정체성인 ‘원과 선의 변주’를 이 안에서도 충분히 녹여보려고 했던 점이 드러난다”며 “또한 주로 회화적 추상을 추구했던 문신이 자주 교류했던 이응노 작가처럼 글자를 해체하고 대칭을 해보며 문자를 활용해 문자 추상을 시도한 부분 또한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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