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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라이프] 점점 커져가는 디지털 사용 격차

당신의 ‘디지털 나이’는 몇 살인가요

기사입력 : 2023-06-20 21:03:26

오는 28일부터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어 대한민국 국민들이 한 살에서 두 살이 줄어 젊어진다. 법제처에 따르면 생일이 지난 사람은 ‘2023-태어난 연도’, 생일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2023-태어난 연도-1’을 하면 만 나이가 된다.

법적 나이도 있지만, 건강 나이를 계산하는 신체 나이도 있고, 디지털 기술의 활용 능력을 상대적으로 나타내는 ‘디지털 나이’도 있다. 다만 만 나이처럼 정확한 계산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디지털 나이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능력에 대한 격차를 의미한다. 연령, 지역, 직업, 학력, 소득, 장애 정도에 따라 디지털 환경에 대한 접근과 교육이 제한되기 때문에 디지털 나이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현대사회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처는 모든 세대가 동일하지 않다. 아날로그 시대부터 디지털 시대를 모두 겪고 있는 세대가 있는 반면, 인터넷이 보편화된 이후 태어난 Z세대,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 태어난 알파 세대도 있다. 빠른 변화는 중장년·고령층으로 갈수록 환경 적응에 취약하다는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 환경 변화에 취약한 고령층

모바일뱅킹·ATM 어려워 은행 창구 이용
식당 키오스크·테이블 오더 조작도 미숙
국민 90% 이용 ‘카카오톡’ 모르기도
‘인공지능 시대’ 피할 수 없다면 배워야


◇디지털 사용 격차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70대 이상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63.1%로 일반 국민 스마트폰 보유율(98.3%)보다 35.2% 낮은 수준이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이지만, 70대 이상에서는 ‘카카오톡’이 무엇인지 모르는 노인들도 많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사는 최모(71)씨는 스마트 폰을 가지고 있지만, 택시 호출 앱 사용을 못 한다. 그러다 보니 병원에 가기 위해 콜택시를 호출해도 택시 잡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모바일 뱅킹은 언감생심, 은행에 가서도 ATM기기보다는 창구를 이용한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 형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 경험 비율이 20대는 86.9%, 30대는 89.7%, 40대는 83.4%, 50대는 66.7%, 60대는 39.6%, 70대 이상은 15.4%로 조사되었다. 디지털 나이가 젊은 사람들은 은행 방문할 일이 거의 없다.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여 수수료도 없이 송금, 예금, 대출, 상품 구매를 해결하고 있다. 반면 70대 이상에서는 같은 송금을 하더라도 이동 비용에 창구 수수료까지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최근 식당이나 카페에서 급증하고 있는 키오스크, 테이블 오더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60대 이상 연령대의 53.6%가 키오스크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발표했다. 불편 사례로는 ‘조작 어려움’, ‘검색 어려움’이 1·2순위를 차지했다. 또한 ‘글씨 작음’에 대한 불편도 상위권이었다.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불편한 경우 기술을 보완하는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다. 예로 키오스크를 대신할 직원이나 저시력 화면모드, 음성안내, 음성인식 주문 등이 있다.

반면 고령층도 디지털 환경에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디지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정보화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각 지자체에서는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교육을 진행해 오고 있다.


정보화 격차 문제 해결 나선 기관

경남도 ‘디지털 배움터’ 운영
지자체별로도 정보화 교육 진행
스마트폰·키오스크 사용법부터
AI 활용 등 무료로 배울 수 있어


◇정보화 교육

먼저 경남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동으로 ‘디지털 배움터’를 통해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사업을 하고 있다. 디지털 기초인 스마트폰 사용법부터 키오스크 사용 방법, 디지털 심화 과정인 코딩과 AI 활용법까지 4개 부문 37개 교육 과정이 있다.

경남도에서는 도민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디지털 배움터 48개소를 선정하여 진행 중이다. 교육 수강을 원하는 도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개인 역량에 맞는 디지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 신청은 ‘디지털배움터.kr’에서 직접 신청하거나 콜센터(1800-0096, 055-213-2775)로 하면 된다.

각 지자체에서도 자체적으로 정보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창원시는 매월 2주 20시간 (1일 2시간씩) 기초반에서 고급반까지 다양한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 키오스크 사용법, 블로그 만들기, 인터넷, 한글, 엑셀, 웹 포토샵 등 기초·중급으로 수준별 교육이 제공된다. 창원시청 홈페이지 통합예약시스템을 통한 인터넷 접수가 원칙이나 컴퓨터 기초, 스마트폰 기초, 키오스크 과정은 콜센터(1899-1111)로 가능하다.

진주시는 시민 정보화교육과 만 55세 이상의 시니어 정보화 교육장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사천시와 거제시도 만 60세 이상의 시니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남해군, 함양군, 합천군 등은 마을로 찾아가는 방문 교육도 운영하고 있으니, 군청 전산 정보 담당 쪽으로 문의하면 된다.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

국내에선 80년대 말 PC의 보급으로 디지털화가 시작되었다면 90년대 말 인터넷이 가정에 보편화되면서 정보화가 빨라졌다. 이후 2000년대 말 스마트폰의 국내 출시로 디지털 환경이 크게 변화되었다. 2010년대 말부터 시작된 인공지능은 또 다른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비스는 앞으로 우리 일상생활에 파고들 것이다. 인공지능과 공존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 4월 미디어이슈에 발표한 ‘챗GPT 이용 경험 및 인식 조사’에서 20대는 48%, 30대는 36%, 40대는 25.6%, 50대는 21.4%가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40대부터 챗GPT 이용 경험이 20%대로 뚝 떨어진다.

지금 키오스크 앞에서 헤매는 고령층처럼 차후엔 생성형 AI에서 헤매는 중년층의 모습을 볼 수밖에 없다. 디지털 환경 변화는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도전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젊게 살기 위해 운동하는 것처럼 디지털 세상에서도 젊게 살 수 있도록 자기 개발이 필요하다.

박진욱 기자 jinux@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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