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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80) 함안 합강정

두 강이 만나는 용화산 기슭에 앉아 합수의 장관을 품다

기사입력 : 2023-10-31 08:09:31

합강정(合江亭)에서


꽃잎이 질 때를 기다려

나도 따라 하류로 간다

일몰의 시간

잦아진 남강은 북으로 간다

저무는 곳에서 보면

휘영청

안간힘 속에서 보름달이 뜨고

어느새 더 깊은

급류의 낙동강을 만나는

이 합수(合水)의 장관을

친구여, 가을이 아름답다

아득히

아득히 꽃잎이 질 때를 기다려

나도 따라 지고 싶다

지상의 것들을 지우고 나면

뿌리는 저 홀로 더욱 깊어지리니


☞ 합강정은 함안군 대산면 장암리 용화산 기슭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간송 조임도(1585~1664) 선생의 학문과 수양 강학처로, 총 322점의 책판인 ‘금라전신록’을 간행한 곳이다.

남강은 함안 법수면에서 북진하여 가야읍 거쳐 대산면에서 낙동강과 합수된다. 낙동강은 태백산맥을 원류하여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는데 이곳에서 남강을 만나 남동진하여 남해바다로 향한다. 이 두 강이 만나는 지점에 합강정이 있다.

운이 좋은 보름밤엔 강물 위에 달빛이 긴 띠를 이루며 달려오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예전 사람들은 이 십리 달빛띠를 보며 소원을 빌기도 했다. 가을엔 은행나무 고목 노란빛이 강물에 뜬다.

시·글= 이달균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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