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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경남 개인소득 ‘전국 최하위 수준’

주력산업 침체로 GRDP 줄고 도민 지갑 얇아졌다

기사입력 : 2023-11-12 20:08:54

경남의 1인당 개인소득 순위가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2011년 5위에서 2020년 전국 최하위인 17위까지 추락했다. 가장 최근 발표인 2021년 역시 경남은 하위권인 15위에 머물렀다.

그동안 경남을 먹여 살린 조선, 기계 등 주력 제조업의 업황 악화가 주 원인으로 분석됐다. 식어버린 경남의 성장엔진을 다시 재점화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과 신성장동력인 항공우주·원전 등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1년 5위서 2020년 17위까지 ‘뚝’
경제규모 9위 비해 현저히 낮아

2010년대 조선·기계 등 동반침체
GRDP 성장기여도 마이너스 기록

회복 중인 주력산업 지원책 마련
항공우주 등 신성장동력 육성해야


◇1인당 개인소득, 얼마나 떨어졌나= 최근 한국은행 경남본부 이웅 기획조사팀 과장, 이준성 총무팀 과장이 작성한 ‘경남지역의 개인소득 증가 부진 배경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경남지역 1인당 개인소득(가계 총처분가능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값)은 2011년 5위에서 2020년 최하위인 17위까지 떨어졌다.

2020년 1인당 개인소득을 지역별로 비교해보면 경제규모를 감안하더라도 경남(9위)과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유사한 강원(10위), 인천(11위), 대전(12위)등에 비해서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경남의 총소득 규모는 경기, 서울에 이어 세 번째로 컸지만 경남 1인당 개인소득(2053만원)은 제주(2036만원), 경북(2052만원)에 이어 세 번째로 적었다.

보고서는 “개인소득은 지역민의 소비, 후생수준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경남의 개인소득지표 악화 원인과 해소방안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경남 지역내총생산 둔화 기인= 해당 보고서는 GRDP성장, 역외순수취본원소득, 최종분배 과정으로 나눠 개인소득의 변동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13년 이후 경남의 개인소득 증가가 정체된 데에는 GRDP 성장 둔화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봤다.

지난 2001년부터 2012년까지 경남의 개인소득 증가율은 연평균 5.8%였지만, 2013년부터 2021년까지 개인소득 증가율은 3.8%로 낮아졌다. 경남 개인소득 증가율이 하락한 것을 변화요인으로 세분화해 보면, 2012년 이전에는 개인소득 증가를 GRDP성장이 주도(13.1%p, 연평균)했다. 같은 기간 분배과정에서 요소소득이 역외로 유출(-1.7%p)되고 최종분배 과정(-5.7%p)에서도 개인소득 증가율이 낮아졌다.

통계청 지역소득 자료에 따르면 경남의 1인당 GRDP는 지난 2012년 3012만원(전국 6위)에서 2021년 3405만원(전국 9위)으로 전국 평균(4027만원)을 크게 밑돌았다.

1인당 GRDP를 2012년을 기준으로 표준화해 보면, 지역간 1인당 GRDP의 성장세 편차가 2012년 이전에는 크지 않았으나 2013년 이후 확대됐으며, 특히 경남의 1인당 GRDP 성장세가 현저하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식어버린 도내 주력산업 엔진= 경남 경제성장률 둔화는 조선업을 비롯한 주력 제조업의 동반침체로 2013년 이후 제조업이 역성장을 기록한 것에서 비롯됐다. 2013~2021년 경남 제조업의 연평균성장률은 -1.6%였고, GRDP 성장기여도는 -0.6%p였다. 2013년을 기점으로 경남의 주요 제조업 생산지수가 내림세를 보이자 도내 경제활동별 성장 기여도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활황이던 경남 조선업은 2010년대 들어 글로벌 조선업 침체 장기화로 큰 타격을 입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교역량 둔화에 따른 해운업 부진과 저유가로 인한 해양플랜트 수요 감소 등으로 발주량이 급감하고 선가도 하락했다.

조선업에 의존도가 높은 경남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도내 조선사들은 당시 약 10년 만에 도내 조선업 부가가치가 고점 대비 61.8% 뚝 떨어졌다. 조선업 근로자 수 역시 46.7% 감소했다. 특히 경남 대형조선사들은 2015년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공정 변경 및 납기 지연 등으로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2010년대 중반 이후 경남 주력산업인 기계·장비(도내 비중 16.4%), 자동차부품(12.7%)이 동반 침체에 빠지면서 타 지역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경남의 성장 부진이 더욱 증폭됐다.

경남경제의 신성장동력인 항공우주와 원전은 각각 코로나19 및 탈원전정책 등 외부충격의 영향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제조업 집중 산업구조도 영향= 경남지역의 산업 구조가 제조업에 몰려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0년대 반도체, 2차전지 등 ICT제조업 중심의 경기, 충북의 성장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서비스업의 성장률과 생산성이 낮은 것 역시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비스업은 제조업에 비해 외부 충격에 덜 민감하고 경기변동성도 작은 편이기 때문에 제조업 부진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경남의 서비스업은 2013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1.9%)이 전국 13위 수준으로 저조했다. 도내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은 교육, 보건·사회복지, 숙박·음식 등 저생산성 업종의 비중이 크고, 자영업자 등 영세 규모 업체 비중도 높은 영향이다.

◇역외 소득 유출은 감소= 경남은 통계 작성 이래 소득이 역외로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규모는 줄고 있다. 경남의 소득 순유출 규모는 2013년 13조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감소하기 시작, 2021년 2조3000억원까지 축소됐다. GRDP 대비 소득순유출 비율로 보면 2013년까지 10%를 상회했으나 이후 2021년 2.0%까지 낮아졌다.

경남은 지역외본사-지역내지사 비중이 높아 구조적으로 영업잉여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경남혁신도시(진주) 조성으로 LH 등 공공기관이 본사를 경남으로 이전한 2014년 이후 그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소득이 증가하려면= 2010년대 중반 이후 경남 개인소득 증가가 정체된 것은 지역 주력 제조업의 업황 부진에 따른 성장률 둔화에 주로 영향을 받았다. 반면 과거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던 소득의 역외순유출은 최근 완화됐고, 최종분배 과정에서 개인으로 분배되는 소득 비중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앞으로 경남지역의 개인소득 증가세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남의 주력 제조업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지표들을 보면 조선·자동차 시장이 세계적으로 다시 호황을 맞고 있는 데다 현 정부의 원전생태계 복원 추진,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에 따라 도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경남 개인소득이 지속 성장하면 도내 주력 제조업인 조선업 등이 지역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항공우주산업, 원전산업, 방위산업 등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도심항공교통(UAM)의 등장 및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 본격화 등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주항공청을 사천에 설립해 경남의 항공우주산업 주도권을 견고히 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득유출 완화에도 힘쓸 필요가 있다. 경남은 역외 소비율이 41.1%로 전국 9위로 높은 편인데, 소비유입률(15.7%)은 16위로 낮다. 도민들이 경남 밖에서의 소비 비중이 다른 시도 대비 높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이를 개선하려면 의대 유치 등 의료 인프라를 넓히고 유통업, 관광, 교통 등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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