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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으로 버무린 양념 듬뿍 한파 녹이는 ‘이웃사랑 손길’

창원 ‘김장나누기 행사’ 가보니

기사입력 : 2023-11-30 20:14:58

봉사회원 100여명 1000포기 김장
소외계층 도우려 휴가 쓰고 참여도


30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롯데백화점 마산점 일대에 달큼한 풋내가 퍼졌다. 백화점 입구에는 푸르게 익은 배추가 쌓였다. 이곳에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은 위생모와 우비, 빨간 고무장갑을 착용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30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롯데백화점 마산점에서 열린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에서 마산YMCA 등 5개 단체 회원들이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다.
30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롯데백화점 마산점에서 열린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에서 마산YMCA 등 5개 단체 회원들이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다.

이날 시민단체 마산YMCA는 국제와이즈멘 가고파·새마산클럽, 경남에너지, 롯데백화점 마산점 등 4개 단체 및 기업과 함께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로 20회째를 맞은 이날 행사는 마산YMCA 주부 회원들이 기금 마련 행사를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마련됐다. 지역 농산물을 구입해 담근 김장김치를 소외계층에게 전달하는 의미도 있다. 조정림 마산YMCA 정책기획국장은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지역 소외계층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며 “이들에게 직접 담근 김치를 전달하고, 또 회원들이 마련한 기금으로 지역 농산물을 구입해 농촌 경제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창원은 영하의 한파가 불어닥쳤지만, 현장은 봉사회원들의 온기로 가득 찼다. 100여명의 단체 회원들은 다 같이 “파이팅!”을 외치며 일제히 천막 아래로 흩어져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테이블 위 소복이 쌓인 배추에 매콤달콤한 양념소를 바르기 시작했다. 배춧잎 한 장 한 장에 꼼꼼한 손길이 이어진다.

올해가 두 번째 김장 행사 참여라는 이슬(35)씨는 “어려운 이웃들이 식사하기도 힘들 정도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 이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며 “제가 만든 김치가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많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한 포기라도 더 만들어야겠다”고 웃어 보였다.

“양념소 너무 많이 바르면 김치 다 못 담급니다” 반대편에서 양념소가 부족할 수 있으니 양을 조절해야 한다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김정하(51)씨는 “많은 양의 김치를 만들 때는 양념소 조절이 생명이다”며 “소외계층을 위해 김장 봉사가 열린다고 해서 휴가를 쓰고 참여하게 됐다. 제가 만든 김치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분주한 손놀림에 새하얗던 배추는 금세 빨갛게 물들었다. 남성 봉사자들은 중간중간 천막을 돌아다니며 양념이 다 발린 배추를 포장지에 옮겨 담았다. 이들이 담근 김치 1000포기는 마산지역 행정복지센터와 노인종합복지관을 통해 독거노인과 차상위계층 등 400가구에 전달될 예정이다.

오후 2시께 마산회원노인종합복지회관에는 김치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어르신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치를 전달받은 황모(74)씨는 “이렇게 추운 날씨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김치를 담갔다고 하니,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이 정도 양이면 올겨울은 김치 걱정 없이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모(78)씨는 “나보다 힘든 사람이 많을 텐데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안 그래도 물가가 많이 올라서 김치를 구매하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봉사자들 덕분에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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