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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트렌드] ‘다이어리 꾸미기’에 꽂힌 MZ세대

내 멋에 쓱쓱 내 맘에 쏙쏙

기사입력 : 2023-11-30 21:12:00

‘별 걸 다 꾸민다’는 뜻의 신조어 ‘별다꾸’ 등장
그중 ‘다꾸’ 2030세대 인기 취미로 자리잡아
“다이어리에 일기 쓰는 시간 기다려져” 등 반응

다꾸 유행하면서 다꾸숍·소품숍 곳곳에 오픈
창원 가로수길 ‘모챠모챠’ 타 지역서도 방문
마스킹 테이프·스티커·펜 등 꾸미기 용품 다양

유통업계도 ‘별다꾸’ 트렌드 반영 마케팅 봇물
아웃백·KB국민은행 ‘2024 다이어리 키트’ 증정
다이소에서는 ‘다꾸용품 기획전’ 열기도


어느덧 2023년의 마지막 달이다. 정신없이 지나간 한 해가 아까워 달력의 마지막 장을 붙잡고 싶지만 이내 훌훌 털어버리고 2024년을 반가이 맞아보려 한다. 새해가 되면 새로운 다짐을 하는데, 금연, 금주, 다이어트 이 셋은 단골손님이다. 기자는 새해 독서 시간 늘리기, 손글씨 교정이 목표다. 굳건한 결심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게 도와주는 도우미가 필요하다. 고심 끝에 고른 도우미는 바로 ‘다이어리’다.

연말이 되자 딱딱한 업무용 하드커버 다이어리부터, 앙증맞은 크기의 초소형 다이어리까지 다양한 종류의 다이어리가 쏟아져 나온다.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밀 수 있는 펜과 스티커 등 굿즈들도 눈에 띈다. 다이어리에 일정만 쓰는 게 아니라 취향껏 꾸미는 ‘다꾸족’들이 늘고 있다. 다이어리 꾸미기를 즐기는 ‘다꾸’ 인기비결에 대해 알아본다.

창원 가로수길에 있는 소품숍 ‘모챠모챠’ 내부.
창원 가로수길에 있는 소품숍 ‘모챠모챠’ 내부.

◇ ‘별다꾸’ 바람

물건에 본인의 개성을 나타내는‘커스터마이징’ 인기가 계속되면서 신조어 ‘별다꾸’가 등장했다. 별다꾸란 ‘별걸 다 꾸민다’는 뜻이다. 품목도 다양해 ‘노꾸’(노트북 꾸미기), ‘신꾸’(신발 꾸미기), ‘폰꾸’(폰 꾸미기), ‘앨꾸’(앨범 꾸미기), ‘폴꾸’(폴라로이드 꾸미기)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되고 있다. MZ세대의 개성이 ‘별다꾸’ 인기몰이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 기성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MZ는 작은 소품 하나에도 나의 취향, 나의 감성을 새긴다.

그중 별다꾸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는 이미 2030세대의 인기 취미로 자리잡았다. SNS 인스타그램에서 ‘다꾸’ 해시태그 게시물이 416만건에 달할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다꾸’에 폭 빠진 이수연(15) 학생은 “일기 쓰기를 지속하게 해 주는 재미가 바로 ‘다꾸’다. 정성 들여 꾸미다 보면 일기 쓰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다이어리를 쓰다 보면 하루를 돌아볼 수도 있고 중요한 약속을 잊지 않을 수 있어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된다. 다꾸 취미를 위해 다꾸숍을 자주 가는데 스티커, 엽서, 마스킹 테이프 등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소품들이 많아 쇼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엔 어려울 수도 있는데 SNS에 올라온 다꾸를 보고 따라하다 보면 개성있는 표현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관련 용품 판매량도 늘었다. 온라인몰 지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0~23일 2주 동안 ‘캘린더, 달력’ 판매량은 지난 10월 같은 기간보다 236%가량 늘었다. 문구 판매점 교보핫트랙스에서 올해 판매된 스티커를 비롯한 꾸미기 용품은 2019년 대비 50% 증가한 70만건을 기록했다.

다이어리 꾸미기용 스티커.
다이어리 꾸미기용 스티커.
마스킹 테이프.
마스킹 테이프.

◇ 유통가에서도 주목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업계는 꾸미기를 돕는 다양한 굿즈부터 알록달록 꾸민 패키지를 출시하는 등 ‘별다꾸’ 트렌드를 반영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코카콜라는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품을 디자인에 적용한 ‘2023 크리스마스 스페셜 패키지’를 출시했다. 산타클로스, 폴라 베어, 컨투어 보틀 등 코카콜라 브랜드를 상징하는 요소를 담은 오너먼트(장식품) 8종을 선보였다.

다이어리 꾸미기를 위한 다이어리와 굿즈를 내세운 곳들도 많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겨울 e-프리퀀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e-스티커 적립을 완성한 고객 대상으로 ‘2024 스타벅스 플래너’ 3종 등을 증정하고 있다. 아웃백은 아웃백X위글위글 콜라보 2024 다이어리키트를 경품으로 증정한다. 이벤트 참여로만 제공되는 이 굿즈는 데일리형 다이어리와 텀블러, 리무버블 스티커 2종, 마스킹 테이프 2종이 구성돼 다꾸의 재미와 실용성까지 갖췄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은 카페 브랜드 노티드(knotted)와 협업한 ‘한정판 다이어리 키트’를 무료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한정판 다이어리 키트’는 만년형 다이어리와 함께 다용도 보관이 가능한 틴케이스(금속 상자), 다이어리 꾸미기용 스티커 2종, 활용도 높은 접착식 메모지로 구성됐다. 파스텔 톤의 색감과 노티드의 인기 캐릭터 ‘슈가베어’를 활용해 디자인한 것이 눈에 띈다.

30대 직장인 박준하씨는 “시간이 날 때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한적하게 ‘다꾸’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다꾸용 문구 수납 필통까지 있다”면서 “최근엔 다꾸용품을 주는 브랜드 이벤트가 많아 그것들을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유통가에선 별다꾸 기획전을 열기도 한다. 균일가 생활용품점 아성다이소는 ‘다꾸용품 기획전’을 만들었고, 카메라 업체 코닥은 포토프린터 카메라와 다이어리·마스킹테이프·스티커팩 12종 등이 담긴 ‘코닥 다꾸세트’를 출시했다. 편의점 이마트24는 지난 3월 다이어리 꾸미기(이하 다꾸)를 즐기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팝업스토어를 삼청동에 열었다. 2030세대에 인기있는 크리에이터 3인 가제로신 작가 이민진 유튜버 아라랜드와 협업해 인기를 끌었다.

◇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다꾸숍

“부산, 대구 등 타지에서도 소문 듣고 많이 찾아오세요. 한번에 오시면 20만~30만원씩 사가는 다꾸족들도 많고요.”

다이어리 꾸미는 것이 유행이 되면서 다꾸숍, 소품숍이 곳곳에 생기고 있다. 창원 가로수길에 있는 소품숍 ‘모챠모챠’ 역시 찾아오는 다꾸숍이다. 4년 전 문을 연 모챠모챠는 대만에서 온 아내 유가기씨가 수입업을 하던 한국인 남편과 함께 문을 연 소품숍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그넷, 인형 등 다양한 소품들이 있지만 안쪽에 넓게 자리하고 있는 것은 다이어리 꾸미기의 핵심 요소인 ‘마스킹 테이프’다. 다꾸용품은 크게 마스킹 테이프, 스티커, 펜, 스탬프, 배경지, 노트, 엽서, 메모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모챠모챠는 다꾸용품 중에서도 마스킹 테이프에 특화된 곳이다. 가격은 3000원대부터 2만~3만원까지 다양하다.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찾는데, 다꾸용품을 구매하는 손님은 여성이 대다수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스마트스토어를 같이 운영하고 있는데 온라인 매출이 80%를 차지한다. 유가기씨는 “매장이 협소해 제품을 다 들여놓지 못해서, 창고에 더 많이 있어요. 알고 찾아오시는 분들은 브랜드, 캐릭터, 콜라보 제품 등 특별히 원하는 상품을 말씀하시곤 해요. 주문하는 경우도 있고요. 싼 제품보다 취향에 맞는 것을 원하는 경향이 있어 브랜드 없는 마스킹 테이프는 취급하지 않아요”라고 설명했다.

무엇이든 디지털로 가능한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손맛’을 즐기는 이들은 다꾸를 환영한다. 스마트폰 하나면 효율적으로 일정 정리나 사진 보관, 일기 쓰기가 가능하지만 왠지 딱딱하고 성의가 부족해 보인다. 온라인이 범람하는 시대지만 아날로그 감각으로 손때 묻은 기록들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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