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단독] 조선 최초 서양수학 다룬 필사본이 의령에서?

의령서 조선 최초 서양 수학 다룬 ‘주서관견’ 원본 필사본 발견

기사입력 : 2023-12-07 16:27:05

김영구 소장, 서울서 수집·연구 중
1718년 편찬 아닌 1705년 작성 확인
‘상하권·부록’ 나뉜 점 처음 밝혀져
“원본 필사본 존재 자체가 엄청난 일”


우리나라 수학 역사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조태구(1660~1723) 선생이 저술한 수학책 ‘주서관견(籌書管見)’의 원본 고서가 의령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이번 발견을 통해 주서관견은 조선에서 최초로 서양 수학을 다룬 수학책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주서관견을 발견한 사람은 의령군 가례면에서 수학교과서연구소를 운영하는 김영구 소장이다. 김 소장은 10여년 전 서울의 한 경매장에서 수집한 수학 고서 ‘주서관견’을 연구하던 중 책이 그동안 학계도 파악하지 못했던 원본 필사본임을 확인했다.

'주서관견(籌書管見)' 원본 필사본 겉표지.
'주서관견(籌書管見)' 원본 필사본 겉표지.
'주서관견(籌書管見)' 원본 필사본 모습.
'주서관견(籌書管見)' 원본 필사본 모습.
'주서관견(籌書管見)' 원본 필사본 모습.
'주서관견(籌書管見)' 원본 필사본 모습.

이번 발견은 학술적으로 큰 의의를 가진다. 주서관견의 작성 시기가 13년 앞당겨지면서 조선에서 최초로 서양 수학을 다룬 수학책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학사에 주서관견은 1718년 편찬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데, 이번 원본 필사본은 1705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조선에서 최초로 서양 수학을 다룬 수학책은 최석정의 ‘구수략(九數略, 1710~1715년 편찬 추정)’으로 알려져 있다.

7일 경남신문사에서 만난 김영구 소장은 밀봉한 고서를 조심스레 꺼내보였다. 겉표지에는 ‘주서관견 곤(籌書管見 坤), 부 산학통종(附 算學統宗), 을유3월 일(乙酉三月 日)’이라 적혀 있다. ‘곤’은 하권, ‘부’는 부록이란 뜻으로, ‘1705년 3월 산학통종이란 부록을 넣은 주서관견 하권’이 된다.

주서관견에 부록이 있는 점과 건곤(상하)으로 나눠져 있는 점은 이번에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다. 오늘날 주서관견은 부록을 제외한 단행본 형태로 전해져 왔다.

김영구 소장은 “한 달 전 해당 고서 연구를 하던 중 학계에 알려진 주서관견의 편찬 시기보다 빠른 걸 알게 됐다”며 “한자 전문가인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과 조태구 선생의 가문인 양주조씨 대종회 등의 검토를 거쳐 고서가 조태구 선생이 쓴 주서관견 원본 필사본임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서관견은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수학의 실생활 적용을 풀어낸 책이다. 질문은 풀더미의 넓이, 8각형과 6각형으로 된 밭의 둑의 넓이 등 실생활과 밀접한 주제들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한 답변은 수학적 원리를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도형을 그리며 자세히 이어간다.

김영구 수학교과서연구소장이 '주서관견(籌書管見)'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구 수학교과서연구소장이 '주서관견(籌書管見)'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욱 한국수학사학회 회장은 주서관견에 대해 18세기 조선 수학을 대표하는 책들 중 하나로 우리나라 최초로 ‘증명’을 처음 적용하고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에 감명받아 우리나라와 중국에는 없던 논리적 증명 형태를 최초로 설명했다”며 “다른 학자들과 달리 수학을 생활 속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태구 선생은 소론 5대신 중 한 명이지만 사후 영조가 즉위하면서 부관참시를 당하고 배척됐기에 책들이 대부분 소실됐을텐데 원본 필사본이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라며 “원본일 가능성이 커 보이고 그렇다면 주서관견이 조선 최초로 서양 수학을 다룬 수학책이 될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김영구 소장은 이번 발견을 토대로 방대한 한국 수학 역사를 보다 정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서울대 규장각 등의 설명에도 작은 오류가 있는 등 수학 역사에 대한 연구와 기록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며 “그동한 주목받지 못했던 수학 역사에 대한 연구가 풍부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용락 기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용락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