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겡남말 소꾸리] (244) 끼미다, 이렁, 꼬랑

기사입력 : 2023-12-08 08:10:03

▲경남 : 신문 보이 관리가 지대로 안돼 방치됐던 거제 일운멘(면) 공곶이 수목원에 시가 수선화캉 백합을 숭가가 새로 끼민다 카더라. 공곶이는 엣날부텀 봄 되모 여어저어 수선화가 허들시리 피가 ‘수선화 천국’이라 캤다 아이가.

△서울 : 나도 그 기사 봤어. 공곶이 수목원은 강명식·지상악 어르신 부부가 50여 년 동안 집 주변을 맨손으로 일군 수선화 꽃밭이잖아. 강 어르신이 지난 5월 노환으로 돌아가시고, 할머니마저 거동이 힘들어지면서 방치돼 왔대. 그런데 ‘숭가가’는 ‘심어’ 뜻인 건 아는데, ‘끼민다’는 무슨 뜻이야?

▲경남 : ‘끼미다’는 ‘꾸미다’ 뜻인데 ‘집을 잘 끼미 낳(놓)았네’ 이래 카지. ‘께미다’, ‘뀌미다’라꼬도 칸다. 그라고 내는 공곶이 멫 분 가봤는데, 갔을 때마당 좋더라꼬. 바닷가 몽돌밭도 좋고 바리 앞에 있는 ‘안섬’이라 카는 ‘내도’도 억바이 멋지더라. 아 맞다, 지난 2005년엔 여어서 영화 ‘종려나무 숲’ 을 찍었다 아이가.

△서울 : 공곶이는 구경거리가 많은 곳이네. 기사를 보니 공곶이는 거제를 대표하는 명소 9곳 중 하나로 해마다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지만 입장료를 받지 않는대. 거제시는 공곶이 관리 예산을 확보해 지난달부터 쓰레기를 치우고, 밭에 퇴비를 섞어 이랑을 일궈 수선화 구근 7만 개와 백합 구근 1만 개를 심었다더라.

▲경남 : 공곶이엔 동백나무로 이뤄진 동백터널도 있다. 그라고 보이 사게(계)절 기잉거리가 많네. 그라고 금상 말한 ‘이랑’을 겡남에서는 ‘이렁’이라꼬도 칸다. 고랑은 ‘꼬랑’캉 포준말 ‘골’도 마이 씬다. 엣말 중에 ‘이렁이 꼬랑 되고 꼬랑이 이렁 된다’ 카는 기 있는데, 잘살던 사램이 몬살게도 되고, 몬살던 사램이 잘살게도 된다 카는 말이다. 니도 펭(평)소 젙에 사는 사람한테 잘해주라.

△서울 : ‘이렁이 꼬랑 되고 꼬랑이 이렁된다’는 말, 맞는 말이야. 누구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내년 봄에는 친구들과 아름다운 수선화 천국에 가봐야겠네. 너도 함께 갈 거지~ㅎㅎ.

허철호 기자

도움말=김정대 경남대 명예교수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허철호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