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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참군인 김오랑 중령…고향 김해서 추모제

좁은 길 작은 흉상에 100여명 몰려

유족·친구 “무공훈장 추서 됐으면”

기사입력 : 2023-12-12 17:19:12

‘그는 별이 되었다. 허무하지만 당당하고 가려졌지만 찬란하게 역사의 하늘에 걸린 별이다.’(김오랑 중령 추모비)

12일 오전 10시 김해 삼성초등학교와 삼정중학교 사이 좁은 산책로 옆 잔디밭에 세워진 김오랑 중령 흉상 앞에는 44년 전 오늘 전두환 반란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그를 추모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넓지 않은 곳에 김 중령의 흉상이 자리 잡은 탓에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이기는 어려웠지만 그를 기리기 위한 추모 열기만큼은 뜨거웠다. 김 중령 흉상 앞에는 그의 고교 친구들과 지인들이 준비한 하얀 국화꽃이 가득했고 태극기도 꽂혀 있었다.

김해 삼성초등학교 옆 산책로 세워진 고 김오랑 중령 흉상. /이솔희 PD/
김해 삼성초등학교 옆 산책로 세워진 고 김오랑 중령 흉상. /이솔희 PD/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이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면서 이날 김 중령 추모제에는 100여명이 넘는 추모객이 몰렸다. 또한 언론의 관심이 커진 만큼 여러 매체도 함께했다. 추모제가 열린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추모객이 찾은 것이다.

김해인물연구회와 활천동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주관한 추모제는 김 중령 약력 소개, 헌시 낭독, 추도사, 내빈 인사, 유가족 인사 순으로 진행됐다. 식이 진행되자 김 중령의 조카 김영진(67)씨의 눈가는 붉게 물들었고 추모 시가 낭독되자 연신 눈물을 훔쳤다.

추모제에는 가족과 친구 등도 참석했다. 김 중령의 친구 배병희(80)씨는 “해마다 이곳을 찾을 때는 마음이 아프고 지금도 (김)오랑이가 생각난다. 오랑이와 짓궂게 놀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의리가 있는 친구였다”면서 “육군사관학교와 특전사에 추모비가 세워졌으면 한다. 지금처럼 좁은 골목에 흉상이 세워져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유족으로 유일하게 참석한 조카 김 씨는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를 통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줬고 숙부님에 대해 알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며 “숙부님의 추모비 등이 육군사관학교에 세워지고 무공훈장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추모제에서는 김 중령의 추모비 건립 배경도 소개됐다. 김 중령의 추모비는 활천동 주민들이 직접 나서 일일찻집 등을 통해 모은 성금으로 2014년 6월 6일 세워졌다. 김 중령의 추모비 건립에 앞장섰던 유인석 활천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세월이 지날수록 잊혀 갔다. 그러나 이렇게 모두가 함께 하는 날이 오니 김오랑 선배님은 정직하고 의리가 있는 참다운 군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김해 삼성초등학교 옆 산책로에 세워진 고 김오랑 중령 흉상 앞에서 44주기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이솔희 PD/
김해 삼성초등학교 옆 산책로에 세워진 고 김오랑 중령 흉상 앞에서 44주기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이솔희 PD/

12·12 군사반란을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배우 정해인이 연기한 ‘오진호 소령’의 실제 모델이 김 중령이다. 1944년 김해에서 태어나 삼성초, 김해중, 김해농업고와 육사를 졸업한 김 중령은 1970년 맹호부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그는 1979년 12월 13일 새벽 0시 20분께 신군부 측인 제3공수여단 병력이 특전사령부를 급습해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려 하자 권총을 쏘며 맞서다 6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사망 당시 소령이었던 김 중령은 사후 10년이 넘도록 추서되지 못하다 1990년 중령으로, 2014년 보국훈장이 추서됐다. 같은 해 김 중령의 흉상이 세워졌고, 지난해 국방부는 김 중령의 사망 구분을 ‘순직’에서 ‘전사’로 변경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김지관 김해인물연구회장, 활천동 주민들이 참석했으며 유승민·김정권 전 의원, 민홍철·김정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고, 활천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차가운 날씨 속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을 위해 따뜻한 어묵탕 등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박준영 기자 bk604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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