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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202)

- 그림표 나이 까닭 막기 저의 목슴

기사입력 : 2024-01-17 08:05:30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100쪽부터 10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100쪽에 있는 표의 첫째 줄에 ‘사망 원인 별’과 ‘사망자 수’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런 말은 요즘도 많이 쓰는 말이라 다들 낯설지 않겠지만 꽃배곳(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을 생각해서 좀 더 쉬운 말을 써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뜻을 나타내면서도 좀 더 쉬운 말을 생각해 보면 ‘사망 원인’은 ‘죽은 까닭’ ‘사망자’는 ‘죽은 사람’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기 쉬운 말이 됩니다. 새로운 배움책을 만드는 분들이 이런 것까지 헤아려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표 안에 있는 ‘죽은 까닭’을 나타내는 말들이 모두 열 세 가지인데 그 가운데 토박이말로 된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아픈 곳을 가리키는 토박이말도 있고 아픔을 나타내는 토박이말도 있는데 그런 말을 잘 살린 이름을 짓은 일에 마음을 썼더라면 이런 안타까운 마음은 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아픈 곳을 낫게 해 주시는 분들이 그 이름들을 좀 쉬운 말로 바꾸는 일에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표 아래 첫째 줄에 ‘결핵으로 사망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결핵 사망자’를 좀 쉽게 나타낸 말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좀 더 쉽게 ‘결핵으로 죽은 사람’이라고 했더라면 더 쉬웠을 것입니다. 넷째 줄에 ‘그림표’는 앞서 나온 말인데 ‘그래프’를 다듬은 말입니다.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말은 우리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다듬어 쓰는 일에 좀 더 힘을 써야겠습니다.

둘째 표 안에 ‘나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잘 아시다시피 요즘도 다른 그위종이(공문서)나 배움책에서 ‘연령(年齡)’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옛날 배움책에서는 ‘나이’라는 토박이말을 쓰고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표 아래 첫째 줄과 둘째 줄에 걸쳐서 “이 까닭을 생각해 보자.”는 월은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더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까닭’이라는 말도 앞서 말한 ‘원인’이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토박이말입니다. 이처럼 ‘원인’, ‘이유’라는 말을 써야 할 곳에 ‘까닭’이라는 토박이말을 살려 쓸 수 있도록 배움책을 만드시는 분들이 챙겨 주시기를 바랍니다.

101쪽 넷째 줄에 ‘막기 위하여서는’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도 요즘 배움책에서 ‘예방하기 위해서는’이라고 흔히 쓰는데 그렇지 않고 ‘막기’라는 말을 써서 참 좋았습니다. 여덟째 줄과 아홉째 줄에 걸쳐 ‘저의 목숨까지 잃어버리는 일도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도 ‘자기 생명’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저의 목숨’이라는 쉬운 말을 써 주어서 고마웠습니다. 열셋째 줄에 ‘기생충 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가 나오는데 여기서도 ‘기생충(寄生蟲)’을 ‘붙어살이벌레’라고 했더라면 훨씬 알기 쉬웠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의 배움을 돕고 갈침이들의 가르침을 돕는 쉬운 배움책을 만들려면 이미 만들어 놓은 쉬운 말을 하나씩 챙겨 쓰고 그렇게 하지 못한 말도 아이들이 알기 쉽게 바꾸고 다듬는 일에 함께 마음을 써야한다고 힘주어 말씀드립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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