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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203)

- 살림 보내다 달다 마다 소경

기사입력 : 2024-02-07 08:03:21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102쪽부터 102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102쪽의 배움마당이름(단원명)이 ‘우리 살림’입니다. 이런 좋은 토박이말로 배움마당 이름을 지은 옛날 분들이 참 고맙습니다. 요즘 배움책이었다면 어떤 이름으로 지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배움마당을 쓰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두 쪽에 나오는 것에 비추어 보고 옛날 배움책에 쓴 이름을 바탕으로 생각해 볼 때 ‘우리의 생활’ 또는 ‘일생생활 속 수학’으로 하지 않았을까 어림해 봅니다. 하지만 그런 이름보다는 ‘우리 살림’이라는 말이 저로서는 참 좋습니다. ‘살림’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뜻에는 집안, 일터, 마을, 고장, 나라까지 모두 싸잡아 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림’이라는 말을 잘 살려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02쪽 첫째 줄에 ‘보내는’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요즘도 우리가 나날살이에서 잘 쓰는 말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우체국이나 택배를 하는 일터에서는 쓰지 않는 것을 보면 많이 안타깝습니다. ‘배송(配送)’이라는 말과 함께 ‘배송비(配送費)’ 또는 ‘배송료(配送料)’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보내다’는 말을 바탕으로 ‘보냄’이라는 말을 쓰고 다섯째 줄에 보면 ‘보내는 데 드는’이라는 말을 앞에 세우고 ‘우편요금’이라는 말이 나오는 데 ‘보내는 데 드는 삯’인 만큼 ‘배송비’ 또는 ‘배송료’는 ‘보냄삯’이라는 말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둘째 줄과 셋째 줄에 걸쳐 ‘무게를 달아 보았더니’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도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책에서는 ‘무게’라는 말이 토박이말인데도 ‘측정(測程)’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무게는 잴 수도 있고 달아 볼 수도 있는 만큼 ‘무게를 재어 보았더니’라고 하거나 옛날 배움책에서와 같이 ‘무게를 달아 보았더니’라고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훨씬 쉽고 좋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103쪽 둘째 줄에는 보시는 바와 같이 ‘단기’를 쓰고 있습니다. 단기 4284년은 서기로 하면 1951년입니다. 표 안에 있는 말 가운데 ‘외쪽’, ‘두쪽’이라는 토박이말도 참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무게 하나치(단위) 뒤에 있는 ‘마다’라는 토박이말도 좋았습니다. 요즘 나날살이에서 ‘매(每)’라는 말을 많이 쓰곤 하는데 옛날 배움책을 보고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점자 서적 인쇄물’ 다음에 나오는 ‘소경’이라는 말도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보시다시피 옛날 배움책이 만들어질 때까지만 해도 배움책에서 쓸 만큼 좋지 않게 여기던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언제부터 그랬는지 많은 사람들이 보는 말집(사전)에 ‘소경’을 찾으면 ‘시각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고 그 아래 ‘차별 또는 비하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라고 써 놓았습니다. 이걸 보고 ‘소경’이라는 말을 누가 쓸 수 있을까요? 말집(사전)에도 나오듯이 ‘소경’이라는 말이 들어간 옛말(속담)이 마흔 가지가 넘습니다. 이런 말을 썼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낮잡아 보는 풀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각장애인’은 괜찮고 ‘소경’이라는 토박이말은 차별과 비하의 뜻을 담을 수 있다는 이런 풀이를 해 놓은 말집(사전)이 우리 토박이말을 못 살게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을 바로잡아 가는 일에 함께 힘과 슬기를 모아갔으면 합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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