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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소멸위기학교 교육모델 발굴 최미숙 의령교육장

“지역소멸 극복 해법 ‘의령 공유교육’서 찾겠다”

기사입력 : 2024-02-14 16:46:52

의령지역 초등 14교 중 12곳 작은학교
2019년 이후 입학생 수 지속 감소 추세

인구 유입 위한 교육적 메리트 자체연구
공공교육과정 설계로 연구·지원 강화

창의적 체험활동 등 학교 간 연결 추진
해외 수학여행·수련·체육활동 등 공유

작은학교간 협력·교사 네트워크 연결 제시
학생이 찾아오는 농어촌 교육모델 가능


심각한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지역소멸 문제는 경남만의 문제는 아니다. 저출산으로 시작된 학령인구 감소는 농어촌 지역 소멸이라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더욱이 학령인구 감소는 학교 기능의 획기적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개별학교 중심의 단독교육 체계에서 학교와 학교간, 학교와 지역이 연대하는 ‘맞춤형 지원시스템 구축’이 강조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지역 주민인구와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의령지역은 군청과 교육청을 중심으로 인구 유입과 유입 인구 정착 노력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의령교육지원청은 경남도교육청의 ‘캠퍼스형 공동학교’ 정책 명제 아래 ‘의령 공유교육’이라는 새로운 교육모델을 창출해 교육적 성과가 기대된다.

의령교육지원청 최미숙 교육장을 만나 오는 3월부터 본격 시행할 ‘의령 공유교육’ 정책 준비 상황을 알아보고, 교육역량으로 개척하는 지역소멸의 효과적인 위기 대응 교육을 전망해 봤다.

최미숙 의령교육장 최미숙 의령교육장이 13일 교육장실에서 지역소멸의 효과적인 위기 대응과 관련해 공유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최미숙 의령교육장이 지난 13일 교육장실에서 지역소멸의 효과적인 위기 대응 방편으로 고안한 ‘의령 공유교육’에 대해 밝히고 있다./전강용 기자/

-의령지역 학령인구 감소는 어느 정도인가.

△올해 경남지역에서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25개교다. 전교생이 10명 미만인 학교도 15개교에 달한다. 의령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4개교에서는 입학생을 한 명도 받지 못했다. 의령지역 전체 초등학교 14교(분교장 2) 중 전교생이 50명 되지 않는 작은 학교도 12개교다. 2019년 이후로 입학생 수는 지속 감소하고 있으며(2019학년도 130명 → 2024학년도 99명), 2023년생 아이들이 입학하는 2030학년도에는 입학예정자 수가 55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한다.

이에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캠퍼스형 공동학교’라는 정책으로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의령교육지원청을 시범교육청으로 지정해 작은 학교의 강점을 살리되, 소규모 교육활동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경남형 작은 학교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공유교육이 어떻게 탄생됐는가.

△의령은 경남에서 학생 수가 가장 적다. 실제 의령읍의 2개 학교를 제외하고는 전교생이 50명을 넘는 학교가 없다. 대부분 초등학교가 전교생 20명 이하의 초미니학교이며 학급당 학생 수가 3명 이하인 학급도 다수 있다. 사실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 학교 소멸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실제로 2023년생이 입학하는 2030년에는 신입생이 절반으로 감소한다. 교육지원청 단위의 해법 모색이 절박한 상황이었다. 본청에서도 이런 절박함에 공감해 지난 1월 3일 의령교육지원청을 ‘캠퍼스형 공동학교’ 시범운영 교육지원청으로 지정했다. 교육과정 중심의 미래형 작은 학교 모델을 발굴하고 일반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에 따라 의령교육지원청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교육적 해법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책무성을 느꼈다. 작은 학교들이 고립되고 단절돼 소멸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학교 간 공동교육활동을 통해 상생하는 방안을 연구했다. 그래서 찾은 모델이 ‘농어촌형 공유교육’이다.

-‘공유교육’이라는 정책명은 어떤 의미인가?

△빅데이터와 초연결이 강조되는 미래 사회의 핵심 키워드를 ‘공유’라고 보았다. 작은 학교들의 고립과 단절을 극복하고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교육적 경험 제공을 위한 협력적 미래 교육체제를 담은 단어다. 기존에 이와 유사한 시도가 있던 터라 용어의 혼선을 줄여보고자 한 것이다. 내용은 다르지만 고교학점제에서는 공동교육과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최미숙 의령교육장 최미숙 의령교육장이 13일 교육장실에서 지역소멸의 효과적인 위기 대응과 관련해 공유교육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최미숙 의령교육장 최미숙 의령교육장이 13일 교육장실에서 지역소멸의 효과적인 위기 대응과 관련해 공유교육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공유교육’으로 추진될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공유교육은 작은 학교 간의 교육적 만남을 가능하게 한다. 추구하는 가치는 ‘연결’, ‘협력’, ‘공유’ 세 가지다. 쉽게 설명하면 첫째, 공동교육과정 설계를 위한 ‘협력’적 연구·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월 2회 열리는 의령 교육과정 공유 아카데미와 주 1회 열리는 권역별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선생님들은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협력하며 수업을 실천한다. 둘째, 공동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한 학교 간 ‘연결’을 추진한다. 주 1회 권역별 중심학교에서 만나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위주의 협력 수업이 이뤄지며 방과후학교도 함께 진행한다. 셋째, 체험을 통한 교육과정 ‘공유’를 확산한다. 해외 수학여행, 수련활동, 체육대회 등을 교육지원청에서 주관해 지원함으로써 학생들에게는 공동체 활동의 장을, 교원에게는 교육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를 경감한다.

-공유교육을 어떻게 준비해 왔는가?

△의령은 이미 ‘어울림 교육과정’이라는 정책으로 작은 학교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공유교육’으로의 전환을 위해 좀 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했다. 지난해 9월부터 공감대 형성에 들어갔다. 선생님들, 교감·교장 선생님들은 이미 의령교육의 위기 상황을 실감하고 있었다. 경남미래교육원 내 정책연구소의 정책 자문, 경남도교육청과의 협업을 통해 정책 타당성 등의 검토는 마무리된 상태다. 실제 의령의 동부권 4개 학교(부림초, 유곡초, 낙서초, 봉수분교)를 대상으로 지난 1월 시범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공유교육 정책을 어떻게 진행·확산시킬 것인가?

△공유교육의 핵심은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운영이다. 의령 내 권역별로 3~4개교가 모여서 공동으로 2~4명의 교사가 협력 수업을 진행한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철저한 개별학습은 물론이고, 사회성 함양을 위한 집단토론 등 모둠학습도 가능하다. 공유교육과정을 설계하기 위해 지난달 16~17일 사천 LIG 연수원에서 워크숍을 가졌다. 이날 작은 학교의 학교장과 담당 교사들은 공동학사일정과 중점교육 및 협력 수업에 대해 협의했다. 20, 21일에는 학급교육과정을 공동으로 설계하기 위해 동학년 선생님이 함께하는 교육과정 세움 주간이 예정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의령에서는 오는 3월부터 권역별로 공동교육과정이 전면 운영될 예정이다.

-공유교육 운영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우리 아이가 1학년에 혼자 입학하는데, 6년 동안 혼자 공부해야 하는 건가요?”라는 학부모의 질문을 받았다. 교육장으로서 심각한 화두를 받았다고 느꼈고, 학생이 찾아오는 농어촌 교육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공유교육은 이 질문에 대해 우리 교육지원청이 내놓는 최소한의 답이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 학교를 통폐합해서 가르치면 된다는 것은 오직 경제적인 해답일 뿐이다. 작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작은 학교의 교육적 장점과 큰 학교의 장점을 온전히 누리면서 교육받을 수 있는 교육생태계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 우리의 해법이다. 올해를 그 해법의 원년으로 만들어보고자 한다. 우리 교육지원청이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최미숙 교육장은?

1963년 마산 출신으로 1982년 진주교육대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2006년 창원대학교 교육대학원 특수교육학과에서 학습장애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 남해설천초등학교 근무를 시작으로 2014년 김해가야초등학교 교감, 2015년 함안교육지원청 장학사, 2018년 반동초등학교 교장, 2021년 경상남도교육연수원 부장을 역임했다. 2022년 9월 1일부터 의령교육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조윤제 기자 ch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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