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팔도핫플레이스] 산청 트레킹 코스 3곳

성큼 다가온 봄, 성큼 걸어가 봄

기사입력 : 2024-02-16 08:05:41

입춘이 지나면서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서서히 온기를 되찾고 있다. 자연은 생명이 싹트는 계절이 다가왔음을 누구보다 빠르게 알린다. 이즈음엔 산청의 고로쇠나무에 물이 차오르고 매화는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며 봄이 머지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지리산 정상 천왕봉을 품은 산청에는 힘든 등산을 하지 않아도 찬찬히 걸으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산청 지리산 자락 곳곳을 걷다 보면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고 돋아 있는 강인한 생명들을 볼 수 있다. 산청에 찾아온 봄의 기운을 만연히 느끼며 걷기 좋은 길 3곳을 소개한다.


대원사계곡길./산청군/
대원사계곡길./산청군/

물소리로 힐링 ‘대원사계곡길’
기암괴석 따라 웅장한 계곡 절경
3.5㎞ 산책길, 58m 방장산교 눈길

◇졸졸 흐르는 물소리 들리는 ‘대원사계곡길’= 대원사계곡길은 사계절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봄에는 겨우내 얼었던 계곡이 녹으며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 비 온 다음 날은 대원사계곡길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기암괴석을 휘돌아 나가는 계곡물의 웅장함과 청량함을 잘 느낄 수 있다.

대원사계곡의 물길은 삼장면에서 흘러내려가 시천면 중산리에서 내려오는 물과 만나 덕천강이 되는데, 이 물길의 흐름이 꽤나 빠르다. 시천면의 시천이 화살 시(矢) 내 천(川), 즉 화살처럼 빠른 물이라는 뜻이니 그만큼 유속이 빠르다는 뜻이다. 맑은 날이 며칠 계속되면 용소 등 물이 모이는 곳이 아니면 금세 물이 흘러가 버린다.

대원사계곡길은 남녀노소, 산행이 처음인 사람도 부담이 없다. 험한 등산로가 아닌 산책길로 조성돼 있어 별다른 준비 없이 가볍게 걷기 좋은 3.5㎞ 길이의 맞춤길이다.

대원사계곡길./산청군/
대원사계곡길./산청군/

대부분의 길이 자연과 어우러진 나무 데크와 흙길로, 자연 그대로 보존된 생태를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대원사 앞에 설치한 58m 길이의 방장산교는 전국 국립공원 탐방로에 설치된 다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천년고찰 대원사도 자박한 걸음으로 둘러보기 좋다. 대원사는 넓은 주차장 등 편리한 접근성과 걷기 수월한 탐방로가 입소문이 나서 주말이면 꽤 많은 사람이 찾는다.


중산리 두류생태탐방로.
중산리 두류생태탐방로.

지리산 감상 ‘두류생태탐방로’
천왕봉서 비롯된 중산리 계곡
중요 포인트마다 관람데크 설치

◇지척에서 느끼는 지리산 ‘중산두류생태탐방로’= 두류생태탐방로는 지리산의 이명(異名)이 두류산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름 붙였다. 중산리 계곡은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비롯된 계곡이다. 천왕봉으로 향하는 등산로이기도 하다.

천왕봉과 중봉 사이에서 발원한 계류가 용추폭포를 거치면서 수량을 더해 써리봉에서 흘러오는 계곡물과 만나면서부터는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 수려한 경관이 펼쳐진다. 맑은 공기, 싱그러운 숲과 더불어 중산리 계곡을 바로 옆에 두고 감상하며 걸어볼 수 있다. 중산두류생태탐방로의 시작점은 지리산중산산악관광센터로 1.2㎞ 길이의 구간이다. 중산관광센터는 지리산 천왕봉까지 직선거리로 약 5㎞에 불과하다. 지리산을 등산하지 않더라도 천왕봉을 지척에서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중산리 두류생태탐방로.
중산리 두류생태탐방로.

탐방로를 걷다 보면 우렁찬 계곡소리와 함께 집채만 한 커다란 기암괴석을 감상할 수 있다.

산청군은 중요 포인트마다 관람데크를 설치해 중산계곡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탐방로 상층부에 닿으면 엄청난 규모의 돌무더기를 확인할 수 있는데 ‘옛날 신선들이 놀았다’ 해서 ‘신선 너들’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한 바퀴 걷고 난 뒤에는 이맘때가 제철인 산청 고로쇠 수액을 마시면 갈증이 싹 가신다. 산청 고로쇠 수액은 시천, 삼장면 부근에서 많이 채취되며,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무렵에 가장 맛이 좋다. 고로쇠나무는 해발 1000m 내외의 지리산 청정골에서 자생하고 있어 수액이 타 지역에 비해 맑고 깨끗하며 단맛이 높아 인기를 끌고 있다.


남사예담촌 전경.
남사예담촌 전경.

돌담길 시간여행 ‘남사예담촌’
3.2㎞ 돌담길, 아름다운 마을 1호
영화·드라마 속 명소로 인기몰이

◇고풍스런 멋 느껴지는 ‘남사예담촌’= 끝으로 소개할 곳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인 남사예담촌이다. 골목길 굽이굽이 이어진 예스러운 돌담길을 한 바퀴 걷노라면 마치 100년 전으로 돌아가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예담촌’이라는 이름은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고즈넉한 담장 너머 볼 수 있는 ‘예담’이 있는 마을이란 의미를 품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이색골목 여행지로 선정된 남사예담촌은 3.2㎞에 달하는 흙돌담길로 둘러싸여 있다.

최씨고가, 이씨고가 등 선비들이 생활하던 고택과 이를 둘러싼 흙돌담길 모두 문화재로, 마을 전체에 옛 정취가 아로새겨져 있다.

남사예담촌 이색 도보투어 모습.
남사예담촌 이색 도보투어 모습.

남사예담촌은 고풍스런 분위기 덕에 영화·드라마 등에 등장하는 명소이기도 하다.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담’과 최근 넷플릭스에 인기리에 방영된 ‘경성크리처’에서도 남사예담촌의 풍경이 담겼다.

꽃피는 계절이 오면 잊지 못해 찾게 되는 ‘오매불망(五梅不忘)’의 산청 오매도 이곳 남사예담촌에 있다. 남사예담촌 곳곳의 고택에 자리 잡은 하씨, 박씨, 이씨, 최씨, 정씨 다섯 문중을 대표하는 매화나무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찬찬히 훑으며 걸음을 옮기다 보면 서로를 끌어안은 형상을 해 부부 회화나무라는 별명이 붙은 나무 두 그루를 만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부부 회화나무 밑으로 난 골목길을 지나가면 백년해로한다는 설화에 많은 연인들이 이 길을 걸었다.

김윤식 기자 kimys@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윤식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