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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대 정원 확대” … 의료계 “의사 수 충분”

[초점] ‘의료개혁’ 주요 쟁점

기사입력 : 2024-02-20 20:53:12

‘의사 부족’ 놓고 OX 다툼

정부 “2035년 의사 1만5000명 부족”
의료계 “인구 감소, 정원 유지해야”


핵심은 ‘필수·지역의료 부족 해결’

“의료인력 확충·지역의료 강화”
“필수의료 낮은 수가 등 해결을”


대립 속 피해는 온전히 국민들

전공의 사직으로 의료공백 현실화
“강대강 대치 멈추고 소통 나서야”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포함한 ‘의료개혁’ 계획을 발표하자 의료계가 전공의 사직, 의대생 집단휴학 등을 벌이며 한치 양보 없이 반발하고 있다. ‘의료개혁’과 ‘의료공백’의 기로에 놓인 현 시점에서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놓인 주요 쟁점들을 살펴본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 20일 창원경상대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성승건 기자/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 20일 창원경상대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성승건 기자/

◇‘의사 부족’ 놓고 OX 다툼= 현 의료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시스템의 붕괴다.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개혁 카드를 꺼낸 것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증원 근거로 한국개발연구원 등의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2035년에 1만5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OECD 통계상 임상의사 수도 2.6명으로 평균(3.7명)에 못 미친다고도 설명했다. ‘2000명’이란 즉각적인 증원 수는 향후 고령화로 인한 수급 증가와 저출산으로 인한 공급 감소를 고려했다.

의대 정원은 지난 2006년부터 18년간 3058명으로 유지돼 왔다. 이러한 배경에는 의료계의 거센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2020년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에 무산된 것처럼 말이다.

반면 의료계는 현재 의사 수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원을 유지해도 과거 정원 수가 적었던 시절을 대체하기 때문에 의사 수는 점차 증가한다는 논리다.

이외에도 의사가 늘면 ‘의료비 증가’와 ‘의료 질 저하’가 잇따른다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주장은, 의료시장은 전통적인 수요와 공급 원칙이 통하지 않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는 ‘뢰머의 법칙’이 근거가 된다. 의사가 늘면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증가해 의료의 질이 저하되고 지출도 커진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의료계 전체가 증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2000명이란 증원 규모가 너무 많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지난달 의과대학 학장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증원은 350명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핵심은 ‘필수·지역의료 부족 해결’= 의료계는 필수·지역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대 정원 확대가 아닌 즉각적인 개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곧 정부의 방향성이 틀렸다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최성근 경남의사회 회장은 “정부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진단했기 때문에 의사를 무한정 늘려 낙수효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발상하고 있다”며 “의사들은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하다’고 진단했기 때문에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뛰어들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올바른 의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즉각적인 개선책으로 △필수의료 진료시 낮은 수가 문제 해결 △의료사고로 인한 민·형사 소송 위험 부담 완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 쌍꺼풀 수술은 건당 200만원의 수가를 받는데, 최소 13년의 과정을 밟아야 될 수 있는 뇌혈관 전문의가 10시간 넘게 걸쳐 수술을 해도 수가는 290만원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부도 할 말이 많다. 이번 ‘의료개혁’은 의대 정원 확대만 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 앞서 필수·지역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정책을 발표했다. 이 패키지에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의료계가 제기했던 필수의료 수가 인상, 민형사 부담 완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패키지 발표 직후 대한의사협회는 일부 정책 방향에는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개원 면허제, 의대정원 확대 내용에 대해서는 우려와 유감을 표했었다.

종합하면,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포함해 패키지에 포함된 정책들을 함께 추진해 의료개혁을 이뤄내겠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의료계는 과도한 의대정원 확대가 아닌 필수·지역의료 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우선시해 즉각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자는 입장이다. 이들 두 진영의 입장 차가 분명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립 속 피해는 온전히 국민들에게= 정부와 의료계 간 양보 없는 다툼의 가장 큰 피해자는 환자와 보호자들이다. 20일 전국 대학병원에서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의 출근하지 않으며 우려됐던 의료공백도 현실화됐다.

지난 19일 도내 한 대학병원에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은 정부와 의료계가 국민들을 위해 강대강 대치를 멈추고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날 여야도 대화로 사안을 논의하자고 의료계를 설득하고 나섰다.

정부는 “증원 폭 축소는 없다”며 강경대응을 예고하면서도 TV토론 등을 통해 의료계와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다.

20일 전국 82개 수련병원 전임의와 예비 전임의들은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보건 정책을 위한 의사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시작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까지 국민 여론은 정부 쪽에 있다. 지난 13~15일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답변이 76%로 집계됐다.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16%였고, ‘모름·응답거절’은 9%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13.7%.)

김용락 기자·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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