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팔도핫플레이스] 포항 '스페이스워크'

찌릿한 발걸음, 짜릿한 눈맞춤

체험형 철제 조형물 스페이스워크

717개 계단 따라 걷는 ‘롤러코스터’

기사입력 : 2024-02-23 08:42:38

360도 원형 트랙 배경 인생샷 인기

해상보도 ‘스카이워크’서 파도 감상

밤바다 물들이는 포스코 조명 장관

입맛 잡는 물회·힙한 카페도 눈길

경북 포항은 나즈막한 도시이다. 215㎞ 해안선을 따라 대체로 평지가 가득하다.

중심가에 들어서면 대도동·송도동·해도동처럼 이름에 ‘섬 도(島)’가 들어간 동네가 많다. 모두 옛 포항종합제철이 들어서면서 간척사업을 통해 육지로 변한 곳이다. 바다를 메운 마을이니 치솟은 오르막은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포항의 최신 여행 트렌드는 단연코 ‘하늘길’이다. 매서운 바람으로 쓸쓸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역동적인 동해바다를 옆에 끼고, 이번 겨울 포항에서 하늘 여행을 떠나보는 게 어떨까.

동서로 60m, 남북으로 57m, 높이 25m 크기를 자랑하는 스페이스워크./포항시/
동서로 60m, 남북으로 57m, 높이 25m 크기를 자랑하는 스페이스워크./포항시/

◇우주로 향하는 발걸음=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은 경북 유일의 도심형 해수욕장이다. 영일대해수욕장에서 바다를 마주하고 왼편을 바라보면 동산 위 우뚝 솟은 롤러코스터를 발견할 수 있다. 푸른 바다와 대비되는 차가운 철제 조형물이다.

2021년 지어진 ‘스페이스워크’(SPACE WALK)는 포항 환호공원 안에 지어진 국내 최대 체험형 철제 조형물이다. 동서로 60m, 남북으로 57m, 높이 25m 크기를 자랑한다. 포스코가 117억원을 들여 건설해 포항시민에게 기부 채납했다. 디자인은 독일의 세계적인 부부 작가 하이케 뮤터와 울리히 겐츠가 맡았으며, 독일 뒤스부르크 앵거공원의 롤러코스터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전해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철재로 만든 작은 롤러코스터다. 총 333m 길이에 모두 717개 계단이 있다.

포스코의 글로벌 기술이 투입된 만큼 단단하고 야무지다. 다만 높이 오를수록 세찬 바람과 사람들의 무게로 점차 흔들리는 감각이 머리 끝을 쭈뼛 서게 만든다. 계단을 따라 조금씩 오르다보면 흔들리는 철재 위에서 이름 그대로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가운데쯤 360도로 회전하는 구간이 있지만 당연히 올라갈 수 없다. 360도 원형 트랙을 배경으로 연인끼리 사진을 찍으면 그 사랑이 오래도록 지속된다는 속설이 요즘 젊은 세대에서 유행한다는 모양이다.

사람이 오를 수 있는 정상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영일대해수욕장 앞 바다의 너른 풍경과 저 멀리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한눈에 담긴다. 포스코는 2016년부터 제철소 경관조명 사업을 추진해 왔다. 굴뚝과 공장건물이 이어지는 약 6㎞ 구간에 3만개의 LED조명이 설치됐다.

포스코는 이 조명을 활용해 매시간 정각부터 20분간 다양한 테마 조명과 음향이 어우러진 ‘포항제철소 LED Light show’를 선보인다. 길다란 제철소를 따라 동해 밤바다를 물들이는 불빛이 실제로 보면 제법 감탄이 나온다. 오죽하면 관광객에 의해 호미곶 일출광장,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 등과 함께 포항지역 12경에 뽑혔을까.

스페이스워크 야간 개장에 맞춰서 올라간다면 스페이스워크를 비추는 강렬한 빛과 먼 바다에 비치는 LED조명이 어우러져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는’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설계상 500명이 동시에 오를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지만, 안전 관리를 위해 1회 150명으로 인원 수가 제한된다. 이용료가 공짜인 덕분에 평일이면 평균 2000명, 주말이면 6000명까지 몰려 조금의 기다림은 각오해야 한다. 안전을 위해 키 110㎝ 이하는 이용할 수 없다.

파란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세워진 포항 스페이스워크의 모습이 아찔하면서 청량한 놀이공원을 연상케 한다./포항시/
파란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세워진 포항 스페이스워크의 모습이 아찔하면서 청량한 놀이공원을 연상케 한다./포항시/

◇우주에서 다시 바다 위 하늘로= 스페이스워크를 찾았다면 환호공원을 한번 둘러보고 동쪽 언덕길로 내려오는 것을 추천한다. 미니 동물원과 미술관 등 각종 볼거리를 지나치며 산책을 즐긴 뒤, 동해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스카이워크(SKY WALK)도 함께 들르기 위해서다.

2001년 지어진 환호공원은 총 51만6000여㎡ 규모의 포항 최대 도심공원이다. 환호공원에서 산책로를 따라 영일만 바닷가로 넘어오면 조금 북쪽 방향에서 스카이워크를 발견할 수 있다. 영일만 해변에서 바다로 뛰어들 듯 놓여진 총 463m 길이의 해상 보도이다. 특수유리로 제작된 바닥 아래로 파도와 해초, 갈매기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7m 높이의 투명바닥을 걷는데 나름 용기가 필요하다. 스페이스워크와 스카이워크 모두 비슷한 시기에 개장해 매일 수천명의 관광객이 모여들며 어느덧 포항지역 최고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영일만 해변으로 뛰어드는 하늘길인 스카이워크./포항시/
영일만 해변으로 뛰어드는 하늘길인 스카이워크./포항시/
LED조명으로 화려하게 물든 포스코 포항제철소 야경./포스코/
LED조명으로 화려하게 물든 포스코 포항제철소 야경./포스코/

◇눈과 입으로 담아가는 동해바다= 환호공원이 맞닿은 영일만바닷가는 포항지역 토박이말로 ‘설머리’라 불린다. 하얀 백사장이 마치 머리에 눈(雪)이 내린 것 같다고 해서 신라시대부터 지어진 말이다. 이 설머리에 포항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 중 하나인 물회거리가 있다. 영일대해수욕장부터 스카이워크까지 길게 이어진 곳이다.

포항 물회는 동치미 국물을 쓰는 강원, 된장을 쓰는 제주 등지와 달리 고추장이 맛을 좌우한다. 원래는 집에서 만든 고추장에 제철 생선을 썰어넣고 얼음 또는 맹물을 부어 먹는 방식이었으나 요즘은 젊은 입맛을 반영해 조금씩 변주가 이뤄졌다. 그래도 광어·우럭·오징어 등 동해안 대표 생선에 살얼음 동동 띄워진 고추장 육수를 비벼 생선뼈 매운탕과 함께 먹는 그 맛 자체는 늘 기대를 충족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설머리 주변으로 ‘힙’한 카페까지 들어서며 동해바다와 맛집, 분위기 좋은 커피향이 어우러진 말 그대로 ‘핫플레이스’가 형성됐다. 매일신문= 신동우 기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