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세상을 보며] 총선을 대하는 지방의원의 품격- 이준희(정치부장)

기사입력 : 2024-03-18 19:29:26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지역구 후보자의 대진표가 속속 마무리되면서 선거전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부디 이번 선거에서는 비방전보다 지역문제를 해결할 정책대결을 각 후보들이 정정당당하고 깨끗하게 펼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20여 일 앞둔 시점, 후보자를 가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지만 총선을 대하는 지방의원들의 자세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2년 전 지역의 일꾼을 자처하며 의원으로 뽑아준다면 지역발전과 지방자치의 진일보를 위하여 투신하겠다고 약속했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같은 정당 소속으로서 총선 후보자의 선거유세 지원을 해야 하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지역민이 부여한 ‘지방의원’으로서 권한을 남용해 노골적인 선거전을 벌이는 모습이 꽤나 볼썽사납다.

이를테면 최근 창원시의회에서 펼쳐진 ‘S-BRT’ 책임공방 같은 것이 그렇다. S-BRT 공사 때문에 빚어진 교통정체로 시민 불편이 이어지고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창원시의원들이 해야 할 일은 시민을 대신해 정체를 야기한 공사현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 신속하게 상황을 개선하는 일이다. 그러나 일부 시의원은 S-BRT로 인한 시민 불편에 대한 책임이 총선 후보로 나선 전임 시장의 탓이냐 아니냐를 놓고 공방을 벌일 뿐 해결 방안 모색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시민들에게는 S-BRT가 민선 7기의 사업인지, 민선 8기의 사업인지를 가리는 것보다 창원시의 현안을 해결하는 게 중요한데 말이다. 시민들의 관심사는 ‘누구의 탓이냐’가 아니라 ‘누가 교통정체, 부실시공 논란, 공사 지연 등의 문제를 빠르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것이냐’이다. 시민들은 과오를 인정,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인물, 향후 공적 쌓을 생각만 하지 않고 정말 창원시에 필요한 정책인지 철저히 검토한 후 시민의 의견을 확인해 사업을 추진할 인물을 선택하지 않을까.

또 다른 예는 지난 14일 도의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 총선 후보자 몇몇과 함께한 총선 압승을 위한 기자회견이다. 당초 결의대회로 일정을 잡았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기자회견으로 치러진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 60명 중 44명이 참석했는데, 선거법 위반은 피했는지 몰라도 지방의원의 권위를 스스로 바닥에 내팽개친 꼴이자 중앙당에 코를 직접 꿴 셈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이 자리에 참석한 지방의원은 자신이 지역민의 대표이고 국회의원의 하수인이 아니라는 볼멘소리를 다시 하지 말기 바란다.

지방의회는 지역민의 대의기관이고 지방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수행을 성실히 해야 한다고 지방자치법에 규정되어 있다. 자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기자회견은 아무리 뜯어봐도 주민의 뜻일 리 없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도 아니지 않은가.

물론 이번 총선 당선자가 2년 후 지방의원 공천권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하는 처지는 알겠으나, 지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지방의원으로서 권한은 내려놓고 선거지원 활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지방의원의 옷을 입고 선거를 지원하는 것은 지역민의 뜻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며 나아가 지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2년 후 공천은 받을 수 있을지언정 표를 받지 못 하는 상황을 면하려면 부디 지방의원의 품격을 지키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준희(정치부장)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준희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