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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일본식 수산용어에 대하여- 김제홍(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기사입력 : 2024-03-26 19:51:26

대화퇴(大和堆)는 1924년 일본 측량선 야마토(大和)호에 의해 발견된 퇴(堆)로, 대화(大和)는 ‘야마토’로 발음하며 일본을 의미한다. 한때 야마토라고 불리던, 지금의 나라현에 ‘야마토 왕권’이 있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여기서 퇴(堆, bank)는 대륙붕에서 주위보다 얕은 지형을 말하며 대륙의 산이나 언덕, 경사면과 유사한 해저 지형이 있어서 해류의 흐름이 가로막힐 때 해류가 용승(湧昇)하게 되고, 이 용승작용은 영양분이 풍부한 해류를 생성한다. 그래서 이곳은 어군(魚群)이 풍부하여 대개 손꼽는 어장(漁場)이 된다.

대화퇴는 경북 후포항에서 약 540㎞ 떨어져 있다. 한때 오징어 어획의 60%까지 차지했던 곳이지만, 사실 한국에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곳이다. 다행스럽게 1998년 한일어업협정 2차협정으로 한일 공동수역이 되었다. 대화퇴 어장은 일본 쪽에 가까워 북부는 일본 어로수역이고, 중남부만 한일 중간수역이다. 해수부는 지난달 대화퇴라는 명칭을 ‘동해퇴(東海堆)’로 변경하고, 일본식 수산용어를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기로 했다.

수산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대부분은 116년 전,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수산관계법령을 바탕으로 사용되는 일본식 한자 표현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해녀가 하는 나잠(裸潛) 어업은 산소 공급 장치 없이 잠수를 해서 호미나 칼 등으로 수산물을 채취하는 것을 말한다. 안강망(鮟鱇網)이란 조류가 빠른 곳에 닻으로 고정해서 설치하는 그물로 조류의 힘으로 어군이 그물로 밀려 들어가는 모습이 입을 벌린 아귀 같다고 해서 아귀의 일본식 표기인 안강(鮟鱇)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멸치를 잡는 어법인 ‘기선권현망(機船權現網)’은 만선과 풍요를 상징하는 일본 바다 수호신의 이름인 ‘권현신(權現神)’에서 유래됐다. 채롱(採籠)은 전복, 가리비, 진주조개 등 비부착성 패류를 바닷물에 넣어 양식하기 위한 (해수 소통을 위해 구멍이 뚫린) 바구니의 일본식 이름이다. 우리는 한 세기가 넘게 이런 용어들을 자연스럽게 사용해 온 것이다. 일제 통치 35년은 광복 후 지금까지 근 80년이나 되는 기간에 비하면 분명 짧은 세월이지만, 이 기간 동안 일본이 남기고 간 그들의 잔재는 너무나 강렬하다.

김제홍(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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