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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본고장 유럽과는 다른 우리만의 길 열어야”

기사입력 : 2024-03-29 23:10:38

‘순간속의 영원’ 2024 통영국제음악제 29일 개막
진은숙 음악감독 “다양한 음악 선보이고자 노력”
지난 24일 운명한 페테르 외트뵈시 추모 의미 더해


"클래식의 본고장이 유럽이라 해도 우리는 우리대로 달라야 한다. 서양의 것만이 유일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2024 통영국제음악제가 '순간 속의 영원' 주제로 지난 29일 개막했다. 진은숙 통영국제음악제 음악감독은 이날 오후 2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짧은 기간 가능한 한 다양한 것들을 청중들에게 선보이고자 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지난 29일 오후 2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2024 통영국제음악제에 대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일태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진은숙 음악감독, 김소현 예술사업본부장이 자리했다.
지난 29일 오후 2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2024 통영국제음악제에 대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일태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진은숙 음악감독, 김소현 예술사업본부장이 자리했다.

이처럼 진 감독이 올해 음악제에서 집중한 것은 '다양성'이다. 그는 클래식과 현대 음악이 만나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은 물론, 멀티미디어 등 미술과의 융합 등 예술의 경계를 뛰어넘는 음악들을 수용하고자 했다. 그런 맥락에서 진 감독은 30일 있을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 김일구 명창의 무대를 강조했다. 클래식의 고향 유럽과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의 실현일까.

진 감독은 "저희 음악제가 그냥 밖에서, 그러니까 외부에서 들어온 것만 하는 그런 음악제가 아니라 반대로 우리의 것도 선보일 수 있는, 이로써 이런 다양한 것들을 흡수한 젊은 친구들이 한국에서 뭔가 특이한 것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그런 바람에서 한국의 전통 음악을 선보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진 감독이 통영음악제를 맡으면서부터 품은 목표이자, 남은 임기 2년 동안에도 변하지 않을 가치다.

진 감독과 김소현 예술사업본부장 등은 올해 음악제를 '최상의 퀄리티'라고 자부했다. 진 감독은 "올해로 통영국제음악제를 맡은 지 3년째다. 사실상 올해는 코로나19에서 완전히 벗어난 첫 해다. 코로나 시국엔 항상 누군가 무대에 못 설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 보니 모든 계획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그런 규제가 없다 보니 오롯이 음악제 퀄리티만 신경쓰면서 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김소현 본부장은 상주음악가들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올해 상주 연주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타 연주자들인 비올리스트 앙투안 타메스티, 피아니스트 베르트랑 샤마유,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다. 김 본부장은 "올해 음악제 프로그램 곡들을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제일 상위에 이분들 것이 뜬다. 그러니까 우리가 계획한 레퍼토리로 전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들을 모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9일 통영국제음악당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은숙(왼쪽) 음악감독이 올해 음악제에서 중점을 둔 '다양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9일 통영국제음악당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은숙(왼쪽) 음악감독이 올해 음악제에서 중점을 둔 '다양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올해 음악제는 추모의 의미도 더해졌다. 당초 상주 작곡가로 초대됐던 헝가리의 거장 현대음악 작곡가 페테르 외트뵈시가 지병으로 지난 24일 세상을 떠났다. 진은숙 감독은 "저한테는 개인적으로 정말 음악의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20여년 전 제 작품을 초연해주셨고 인간적으로도 따뜻한 정을 많이 주신 분"이라면서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에 초대할 때 너무 좋아하시면서 '내가 그때까지 살아있기만 하면 된다'던 농담을 하셨었다. 우리 팀 모두는 음악제 기간 내내 외트뵈시를 추모하는 마음을 갖겠다"고 했다. 올해 음악제에서는 외트뵈시의 작품 5곡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재단이 위촉한 2018년 작 '시크릿 키스'는 한국 초연, 2019년 작 '오로라'는 아시아 초연이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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