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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벚꽃 언제 필까…'적산온도'로 예측해보니 중부는 '아직'

'역대급' 빨랐던 작년보다 늦어…광주·부산·제주 등 남쪽만 개화

기온으로만 따져보니…서울 이르면 다음 주 중반 개화

기사입력 : 2024-03-30 09:51:56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벚꽃의 '밀당'에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2년 연속 '골탕'을 먹고 있다.

작년엔 3월 기온이 반세기 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부산과 대전 등에서 3월 20일께 관측 이래 가장 이르게 벚꽃이 펴 예년처럼 벚꽃축제를 준비하던 지자체에서 '벚꽃 진 뒤 벚꽃축제'가 벌어졌다.

이에 많은 지자체가 올해 벚꽃축제 일정을 확 앞당겼는데 제주와 부산 등 남쪽 지역을 제외하면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아 지난해처럼 곳곳에서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창원지역 낮 최고기온이 17도까지 오른 2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에서 진해군항제를 찾은 관광객이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 2024.3.29 image@yna.co.kr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창원지역 낮 최고기온이 17도까지 오른 2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에서 진해군항제를 찾은 관광객이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 2024.3.29 image@yna.co.kr

영랑호에서 벚꽃축제를 여는 강원 속초시는 이달 30~31일과 다음 달 6~7일에 두 차례 축제를 여는 묘안을 내기도 했다.

속초시는 예정된 날짜에 벚꽃이 피지 않아 축제를 두 차례 연다고 안내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서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라고 토로했다.

30일 기상청 관측자료를 보면 벚나무 관측이 이뤄지는 20개 지점에서 모두 벚나무 발아는 이뤄졌다.

발아는 '식물의 눈을 보호하는 인피(줄기 바깥쪽 조직)가 터져 잎이나 꽃잎이 보이는 상태'로 기상청은 지정된 관측목의 눈 20% 정도가 발아하면 그날을 '발아일'로 본다.

광주·창원·부산·여수·서귀포·제주는 예년보다 벚나무 발아가 늦었지만, 대체로는 평년보다 이르게 발아가 이뤄졌다. 특히 북강릉과 대전은 각각 평년보다 16일과 10일 이르게 발아했다.

발아는 일렀는데 개화는 아직인 곳이 많다.

29일까지 벚나무가 개화했다고 기록된 곳은 제주·창원·부산·전주·여수·대구·광주·울산 등이다. 개화일은 모두 평년보다 빨랐다.

기상청은 관측목 한 가지에서 3송이 이상 꽃이 피면 개화로 판단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식물은 기온과 광주기(낮의 길이)로 계절의 변화를 인지한 뒤 최적일 때 꽃을 피운다.

특히 꽃이 피기 직전 날씨가 개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기온이 낮진 않았지만, 비가 자주 오면서 일조량이 적었던 점이 벚꽃이 일찍 개화하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28일까지 기록이기는 하지만 이달 일조시간은 180.5시간(전국 평균)으로 벚꽃이 역대급으로 이르게 핀 작년 3월(236.4시간)이나 평년 3월(203.1시간)보다 짧다.

이달 일사량도 413.37MJ(메가줄)/㎡로 적은 편에 든다.

산림청의 봄철 꽃나무 개화 시기 예측 지도를 만드는 데 참여한 장근창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는 "2월까지는 평년보다 아주 따뜻했는데 이달 들어서는 비도 많이 내리고 날씨가 좋은 날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여의도봄꽃축제 개막일인 29일 오후 아직 벚꽃이 피지 않은 서울 여의도 윤중로 일대가 한산하다. 2024.3.29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여의도봄꽃축제 개막일인 29일 오후 아직 벚꽃이 피지 않은 서울 여의도 윤중로 일대가 한산하다. 2024.3.29 superdoo82@yna.co.kr

그래서 올해 벚꽃은 언제쯤 필까.

'적산온도'를 활용해 예측해 볼 수 있다.

적산온도는 기온에서 식물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최소 온도를 뺀 값을 합한 것이다. 식물마다 적산온도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꽃이 피는지 알려져 있기에 이를 토대로 개화 시점을 예측할 수 있다.

실제 식물의 꽃눈은 가을까지 생장을 계속하다가 날이 추워지고 건조해지면 '내생휴면'에 들어간다. 이후 충분히 추위를 견뎌야 휴면에서 깨어난다. 겨울이 추울 만큼 추워야 꽃도 필 수 있는 것이다.

꽃눈이 휴면에서 깬 뒤엔 따뜻할 만큼 따뜻해야 꽃이 핀다.

장 연구사에 따르면 산림청에선 왕벚나무 개화 시기를 예측할 때 생존에 필요한 최소 온도를 0.74도, 꽃눈이 휴면에서 깨는 시점을 1년의 58번째 날인 2월 27일께, 개화에 필요한 적산온도를 223.16도로 놓는다.

이는 전국 국공립 수목원과 학술림 왕벚나무 개화 시기를 분석해 얻은 수치다.

기상청 자료를 분석해보면 기준기온을 0.74도로 설정했을 때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8일까지 서울 적산온도는 172.27도이다.

즉 왕벚나무가 꽃 피울 때까지 51도 정도가 더 축적돼야 하는 것이다.

서울 일평균기온이 평년 수준을 유지한다고 치면 다음 달 3일께 왕벚나무 개화에 필요한 남은 적산온도가 채워지게 된다.

앞서 민간기사업체 케이웨더도 서울 벚꽃 개화일을 4월 2일로 예상했다.

기준기온과 벚나무 개화에 필요한 적산온도를 5.5도와 106도로 보기도 한다.

기준기온을 5.5로 했을 때 현재 서울 적산온도는 40.1로 앞으로 서울 일평균기온이 평년기온과 비슷하다면 벚꽃이 피기까지 필요한 남은 적산온도가 채워지는 날은 내달 11일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4년 한국농림기상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기준기온을 5도로 했을 때 서울에서는 꽃눈이 휴면에서 깨어나는 시점(2월 15일로 가정) 이후 적산온도가 164도에 이르면 벚꽃이 피는 것이 1951~2010년 사이 평균치였다.

기준기온이 5도일 때 현재 서울의 적산온도는 46.9도다.

서울 일평균기온이 평년기온 수준이라면 4월 17일에야 벚나무 개화에 필요한 적산온도를 충족하게 된다.

서울의 평년 벚나무 개화일은 4월 8일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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