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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지역인재 유출이 자사고 없어서일까- 이현근(사회부 부국장대우)

기사입력 : 2024-04-01 19:21:34

최근 경남도와 경남도의회에서는 지역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었다.

유계현 경남도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에서 중학교 졸업 후 다른 지역 자율형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이 10년 동안 1417명이 된다면서 이는 우수한 지역 인재유출인 만큼 지방 명문고교 육성을 위해 자사고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완수 경남지사도 실국장회의에서 “전국에 자사고 34개, 자율형공립고 59개 등 90여개가 있는데 경남에 하나도 없다. 대학 진학을 위해 타 시도 가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고교 진학을 위해 타 시도에 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학부모와 도민의 의견을 수렴해보라고 했다.

요지는 경남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다른 지역 고등학교로 가지 않고 지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역에도 명문고등학교를 설립하자는 것이다.

자율형사립고가 무엇인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자율형사립고는 ‘학교 또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고등학교이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교직원 인건비 및 학교·교육과정운영비를 지급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획일적인 교육정책에서 벗어나 학교가 자유롭게 학사운영을 하는 대신,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않고 법인전입금과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한다.

대표적인 자사고로는 민족사관고등학교나 서울 하나고등학교,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포항제철고, 천안 북일고 등이다. 학교운영을 자율적으로 하다 보니 교과운영이나 교육비도 학교에서 책정한다. 그렇다 보니 우선 재단의 재정이 튼튼해야 하고, 학생들의 학비부담이 높다. 법인전입금도 3~5%를 출원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자사고 법인을 보면 하나금융그룹, 인천국제공항공사, HD현대, 파스퇴르 유업, 포스코, 한화그룹 등 막강한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전국 자사고 학생들의 등록금은 평균 700만원으로 알려졌지만 이름이 있는 학교들의 등록금은 1000만~2500만원대다. 이들 학교는 소위 수도권 대학에 대거 입학시키는 명문 사립고인 만큼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학교다.

현재 경남에는 일반고 149개교와 과학고, 외국어고·국제고, 예술고·체육고, 마이스터고 등 특수목적고 10개교,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또는 체험 위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특성화고 34개교 등 모두 199개의 고등학교가 있다. 이 중에는 아이들의 재능을 키워줄 거창연극고와 경남고성음악고, 밀양영화고, 경남체육고를 비롯해 수도권 명문대에 많이 진학시키는 외고와 과학고도 있다. 사실 경남에는 자사고 외에는 없는 학교가 없을 만큼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그런 점에서 명확한 교육이념을 가진 든든한 기업에서 자율형 사립고 하나쯤 설립한다면 나쁠 것도 없다. 다만 학생수도 급격하게 줄면서 군지역 고등학교를 통폐합해 1개의 거점학교로 만드는 추세인데, 140명 정도의 소수학생을 위해 별도의 학교를 설립하는 게 맞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자사고를 가기 위해 다른 지역에 가는 학생을 인재유출이라 할 수 있을지,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지역을 위해 지역에서 사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자사고를 통해 배출한 지역학생들이 경남의 인재가 될지도 의문이다. 공부를 잘해도 돈 없으면 못 가는 학교 설립은 신중해야 한다.

이현근(사회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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