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207)

- 안 밖 켜다 내다 빼다 때

기사입력 : 2024-04-03 08:06:16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110쪽부터 11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110쪽 둘째 줄 네모 안에 ‘집 안에 켜는 것’이라는 말이 있고 그 아래 네모 안에는 ‘문 밖에 켜는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토박이말로 참 쉽게 풀어 쓴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짜장 반가웠습니다. 꼭 어렵게 쓰려고 마음을 먹지 않은 요즘 사람들도 ‘실내등’과 ‘실외등’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데 마침 그런 말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 같았습니다. ‘문(門)’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집 밖에 켜는 것’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 다음에 이어서 나온 ‘하나’, ‘달’이라는 말도 쉬운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요즘도 많은 곳에서 ‘1 개(個)’, ‘1 개월(個月)’이라고 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옛 배움책을 보고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넷째 줄에 ‘종량등’을 풀이하는 말에 ‘쓴 전기의 양에 따라 요금을 셈하는 전등’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쓴’, ‘따라’, ‘셈하는’이 토박이말입니다. ‘쓴’은 다른 곳에서 흔히 ‘사용한’이라고 쓰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고 ‘셈하는’도 다른 곳에서는 ‘계산(計算)하는’이라고 흔히 쓰는데 보시다시피 옛날 배움책에서는 그렇게 쓰지 않고 있습니다.

그 아래 줄 네모 안에 ‘기본 요금’을 풀이하는 말에 ‘전등을 쓰든 안 쓰든 내는 요금’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 많은 곳에서 ‘사용하든 안 사용하든’이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쓰든 안 쓰든’이라는 토박이말을 써니까 훨씬 쉽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홉째 줄 네모 안에 ‘계약 용량’을 풀이하는 말로 ‘쓰든 안 쓰든 계약용량의 요금은 냄’이 나오는데 여기서 ‘냄’이라는 말도 요즘에도 다른 곳에서는 ‘지불(支拂)’이라는 말을 쓰곤 하지만 그 말이 아닌 쉬운 말이라서 참 좋았습니다.

110쪽 밑에서 셋째 줄에 나오는 ‘뺀’도 요즘 다른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제외(除外)한’이라는 말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111쪽 위 왼쪽 그림에 있는 ‘지난 달’, ‘이 달’이라는 말도 쉬운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전월(前月)’이라고도 하고 ‘금월(今月)’이라고 쓰는 사람도 있지만 ‘지난달’. ‘이달’이 누구나 알기 쉬운 말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것 같았습니다.

첫째 줄에 나온 ‘어느 집에서’라는 말에서 ‘집’도 앞서 말했듯이 요즘 배움책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가정(家庭)’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잘 알려주는 것 같아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여덟째 줄에 있는 ‘때’도 ‘~할 시(時)’라고 쓰는 사람들이 있는 데 그렇게 쓰지 않아도 됨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옛날 배움책을 보면 요즘 배움책이나 나날살이에서 쓰고 있는 말 가운데 꼭 그 말을 쓰지 않아도 되고 또 배우는 아이들 자리에서 볼 때 더 쉬운 말이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 새로 나온 배움책(교과서)을 살펴보고 좀 더 쉬운 말로 쓸 수 있는 말들이 없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뜻이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이 함께해 주시면 더 쉬운 배움책을 만드는 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