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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무너지는 인구 마지노선- 양영석(지방자치부장)

기사입력 : 2024-04-03 19:36:30

도내 지자체들의 인구 마지노선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함안군과 거창군은 6만명 선, 고성군은 5만명 선이 붕괴됐다. 밀양·사천시는 10만명 선, 남해·하동은 4만명 선이 위태롭다. 창원특례시는 1월 말까지 102만6593명으로 특례시 지위 자격 상실이 머지않았다. 매달 500~600명 정도 인구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100만명 선이 무너지게 된다.

사람이 없으면 지역도 사라진다. 이른바 지역소멸이다.

진작에 위기감을 느낀 지자체들은 인구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 그야말로 눈물 겨운 노력을 해왔다.

지자체마다 생애주기별 모니터링으로 임신·출산부터 양육, 청소년기, 성인이 된 뒤 정착까지 파격적인 지원금을 내걸어 ‘아이테크’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얼마 전 20년 넘게 유지한 6만명 선이 무너진 거창군의 경우 출생아 1인당 1억10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출산축하금 2000만원, 양육지원금 30만원씩 60개월 지원, 청소년 꿈키움바우처 제공, 대학생 등록금 및 결혼축하금 지급 등이다.

하지만 2013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줄곧 꼴찌를 기록한 출산율에 발목이 잡혀 속수무책이다.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0.72명이다 보니 학령인구 감소 추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2024학년도 도내 초등학교 입학생은 2만3707명으로 지난해보다 3447명이 줄었다.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이 열리지 않은 학교가 25곳이나 된다. 신입생 1명이 나홀로 입학식을 한 학교도 22곳이다.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는 의령, 고성, 합천 등 인구절벽에 놓인 농어촌에 집중돼 있다.

초등학교 신입생 감소는 몇 년 내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영향을 미치게 돼 이들 지역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학교통폐합으로 교육환경이 악화되고, 인구 감소, 지역 황폐화 등으로 이어져 지역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

백약이 무효가 되니 편법도 등장하고 있다. 합천군 등은 생활인구 유치에 나섰고, 김해시·양산시 등은 총인구수에 등록 외국인을 합산하고 있다.

창원시의 경우 ‘주민등록인구 + 국내거소신고 외국국적동포수 + 등록외국인수’라는 특례시 기준 인구수로 100만명 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2월 현재 창원시 주민등록인구는 100만6593명으로 주민등록인구 기준만으로 보면 100만명 선은 풍전등화의 형국이다.

한계상황에 봉착하면서 지자체들의 인구 늘리기 동력과 의지는 급속하게 식고 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지역소멸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는 만큼 효과적인 정책 수립이 어렵고, 실행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국가 역량이 총동원돼야 한다.

하지만 생활인구 산정 대상지역 확대, 외국인력 도입,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등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대책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최근 열린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 단체장 정책간담회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방 주도의 (인구소멸)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일자리 창출, 교육환경 개선 등 젊은층 유입의 핵심 정책은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방소멸 위기 극복 의지가 있는지, 강 건너 불구경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양영석(지방자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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