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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싶은 길] 진해 경화역 벚꽃길&여좌천길

철길 따라 살랑살랑 연분홍길, 꽃길 따라 사뿐사뿐 함께 걷길

기사입력 : 2024-04-04 08:18:38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 화사한 봄꽃이 하나둘씩 피어나기 시작한다. 매화를 비롯해 목련과 개나리, 진달래 등이 자기 순서에 따라 꽃을 틔우는 가운데 3월이 다 가기 전 또 하나의 봄꽃이 우리를 찾아온다. 바로 봄꽃의 대명사 벚꽃으로, 새하얀 꽃잎을 자랑하는 이 봄꽃은 우리를 설렘과 낭만의 시간으로 인도한다. 벚꽃이 개화하면 전국 곳곳에서 벚꽃축제가 열린다. 경남에서도 여러 벚꽃축제가 열리는데, 국내 대표 벚꽃 축제 ‘군항제’를 방문해 벚꽃의 아름다움을 담아봤다.

진해 경화역을 찾은 관광객들이 기관차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진해 경화역을 찾은 관광객들이 기관차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진해벚꽃은

창원특례시 진해구는 전국에서 벚꽃으로 유명한 지역 중 하나이다. 수령 100년이 넘은 36만 그루의 왕벚나무가 도시 곳곳에 자리해 있다. 진해벚꽃은 바다를 비롯한 아름다운 자연, 100년이 넘는 옛 건물들과 어우러져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도시 전 지역이 벚꽃명소라고 할 수 있지만 굳이 명소를 꼽아보자면 경화역, 여좌천, 제황산공원, 안민고개, 장복산공원 등을 들 수 있다.

만개한 경화역 벚꽃 터널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만개한 경화역 벚꽃 터널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벚꽃 명소’ 진해
도시 곳곳에 왕벚나무 36만 그루

경화역 벚꽃터널·철길 환상 매력
주차된 기다란 열차는 추억 선물

#경화역벚꽃길

◇철길 따라 만나는 벚꽃 풍경

먼저 경화역벚꽃길을 찾았다. 경화역벚꽃길은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경화역과 주변 철길로 이뤄져 있다. 경화역벚꽃길이 자리한 경화역공원에 들어서자 만개한 벚꽃과 함께 길게 이어진 철길이 눈에 들어온다. 철길은 이어진 방향으로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철길 따라 걸으면 머리 위로 벚꽃터널이 펼쳐진다. 이따금씩 머리 위로 꽃비가 내리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여유로움과 낭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철길 따라 피어난 벚꽃.
철길 따라 피어난 벚꽃.
경화역공원 입구.
경화역공원 입구.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경화역 기차

철길 옆에는 기다란 열차가 주차돼 있다. 7212호 기관차와 새마을호 객차 2량으로 한때 전국을 누볐던 열차이다. 현재는 은퇴 후 경화역공원에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은 비록 달리지 않고 있지만 기관차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힘이 느껴지며, 객차는 여행의 기대감을 머금고 있는 듯하다.

현재는 빠른 속도를 이유로 KTX가 새마을호보다 선호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이 서민의 주요 열차였다. 그래서 여행이나 휴가, 입대, 출퇴근 등에 관한 추억은 구형 열차가 더 많이 품고 있다. 이러한 이유 덕분인지 기관차 앞이나 객차 입구 부근에서 추억을 회상하며 사진을 남기는 방문객들이 가득하다. 경화역 기차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있다.

경화역 주변에서 열리고 있는 밴드공연.
경화역 주변에서 열리고 있는 밴드공연.

◇음악이 흐르는 경화역

철길 따라 걷다 보면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홀로 키보드 건반을 치며 노래하는 한 청년이 있고, 신나는 공연을 펼치는 밴드도 있다. 이들은 추억이 담긴 옛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봄과 어울리는 노래를 들려주기도 한다. 아름다운 풍경에 감성적인 음악까지 곁들여지니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음악가들의 연주도 훌륭하지만, 스피커에서 들리는 음악도 있다. 푸드트럭 주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인데, 역시 봄노래가 주류를 이루고 희망적인 가사가 담긴 노래들도 흘러나온다. 음식 냄새와 함께 듣는 음악은 힘이 절로 나게 한다.

◇소중한 사람과 추억을 만드는 시간

경화역벚꽃길을 걷고 있으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특히 커플들과 어린 자녀와 함께 방문한 젊은 부부의 모습이 눈에 띈다. 커플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거나 음식을 먹여주는데,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모습은 벚꽃길 풍경을 설렘이 가득한 로맨스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만들어낸다. 아이는 아직 꽃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눈치이지만, 엄마·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 즐거워 보인다. 어린아이와 방문한 부부는 따스한 감정이 담긴 가족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경화역벚꽃길을 방문한 이들은 저마다 소중한 사람들과 추억을 쌓고 있다.

여좌천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함박눈이 내리는 듯한 벚꽃을 감상하고 있다.
여좌천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함박눈이 내리는 듯한 벚꽃을 감상하고 있다.
우산 모양 조형물과 벚꽃이 어우러져 있다.
우산 모양 조형물과 벚꽃이 어우러져 있다.

흐드러진 ‘벚꽃의 유혹’ 여좌천길
야간에도 신비한 아름다움 뽐내

주변 진해내수면환경 생태공원
봄 새싹 돋아나는 모습도 볼만

#여좌천길

◇하천 따라 이어진 벚꽃 풍경

경화역벚꽃길에 이어 여좌천길로 장소를 옮겨 보았다. 경화역벚꽃길이 철길을 따라 벚꽃을 만나는 길이라면 여좌천길은 하천을 따라 벚꽃을 감상하는 길이다. 2002년 방영된 드라마 ‘로망스’ 덕분에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벚꽃명소다. 거리는 진해역에서 시작해 약 1.5㎞에 이른다. 여좌천길은 하천을 가운데 두고 양옆에 나무데크로 길이 이어져 있다 보니 폭이 협소한 편이다. 평소에 사람이 지나가기에는 무리가 없지만, 군항제 기간이면 많은 방문객들로 상당히 비좁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진을 찍을 때 비켜 가거나 잠시 기다렸다가 이동하는 등 서로 배려하며 걷는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일지라도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은 흔쾌히 들어준다.

여좌천 주변 카페 풍경.
여좌천 주변 카페 풍경.

1.5㎞라는 거리는 한 번에 걷기에는 부담스럽다. 여좌천 주변 카페와 상점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표정에선 여유로움이 물씬 느껴진다. 여좌천에서 바라본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함박눈이 내리는 듯한 풍경이다. 여좌천을 걷다 보면 외국어를 쉽게 들을 수 있는데, 여좌천의 벚꽃이 한국을 너머 세계 곳곳에도 아름다움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화려한 야간조명에 비친 벚꽃이 운치를 더하고 있다.
화려한 야간조명에 비친 벚꽃이 운치를 더하고 있다.

◇야간에도 즐기는 벚꽃의 아름다움

여좌천 벚꽃의 아름다움은 야간에도 즐길 수 있다. 여좌천에 어둠이 찾아오면 조명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하는데, 형형색색의 조명은 오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낮에 벚꽃을 감상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야간에 방문하는 이들도 있지만, 바쁜 일상을 보내고 급히 여좌천을 방문한 이들도 있다. 길을 걷다 만난 한 방문객은 “야간에 감상하는 벚꽃이 더 좋은 것 같다. 야간조명에 비친 벚꽃도 아름답고, 낮에는 들리지 않던 물소리도 선명해져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
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

◇방문할만한 주변 관광지

경화역벚꽃길과 여좌천길을 다 돌아보고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주변 관광지를 방문해 보자. 추천할만한 장소로는 ‘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이 있다. 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은 여좌천길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은 계절의 변화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여름에는 울창한 수목을,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 풍경을, 겨울에는 세상이 멈춘 듯한 적막함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재에는 아직 겨울의 고요함이 남아 있지만 봄이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여좌천길을 다 돌아보고 잠깐의 휴식이 필요하다면 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을 방문해 잠시 머물러보자.


글= 이주현 월간경남 기자·사진= 전강용 기자

※자세한 내용은 월간경남 4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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