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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시장·도의원·시의원 4개 선거 치르는 밀양 가보니

후보 10명 유세로 장날 시끌벅적… “줄사퇴 실망”- “선거로 활기”

기사입력 : 2024-04-08 21:07:23

장날 맞은 수산시장 이른 아침부터
시민·후보·선거운동원으로 가득

색색깔 옷 맞춰 입고 ‘원팀’ 유세
유세차량 자리잡기 경쟁도 치열

지역민 ‘최대 선거’ 실망·피로 속
손 흔들거나 춤추며 분위기 동참


22대 총선에 따른 밀양시장·지방의원의 잇단 사퇴로 밀양은 이번 총선에서 최다 선거를 치르는 지역구로 떠올랐다. 국회의원 선거에 밀양시장·도의원·시의원 등 보궐선거만 3개, 비례투표까지 더하면 기표해야 하는 투표지만 5장에 이른다.

비교적 작은 동네에서 양당과 무소속까지 총 10명의 후보들과 선거운동원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분주한 가운데, 현장에서 만난 지역민들은 유세현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도 ‘도미노 사퇴’로 인한 보궐선거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선거일을 2일 앞둔 8일 장날에 맞춰 이른 아침 방문한 밀양 하남읍 수산시장은 시장 초입부터 시민과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가득 차 활기를 띠고 있었다. 밀양 하남읍은 국회의원, 밀양시장 보궐선거뿐 아니라, 경남도의원과 밀양시의원 보궐선거에도 해당하는 지역이다.


투표./경남신문 자료사진/

장날을 맞아 국회의원 후보부터 밀양시장, 도의원, 시의원 후보들까지 대부분 후보가 오전 유세 일정을 위해 방문했다. 마이크를 잡고 연설하는 후보부터 시장 골목골목을 누비는 후보, 한 자리서 고개 숙여 인사하는 후보와 차량을 통해 이동하며 연설하는 후보까지 유세 방식도 다양했다.

작은 시장에 많은 후보들이 모이다 보니 유세차량 자리 잡기 경쟁도 치열하다. 한 선거운동원은 장날에는 특히 유세차량이 주요 도로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날 아침에는 시장 초입 사거리에 민주당 이주옥 밀양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조인종 경남도의원 후보가 먼저 자리 잡고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조 후보 유세차량이 틀어 놓은 음악에 이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리듬을 타며 팻말을 흔드는 풍경이 이색적이었다.

시장 곳곳에 4개 선거에 나선 다수 후보들의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었다. 특히 같은 정당 후보들의 경우 현수막이나 선거운동원 외투 옷 색깔이 모두 같아 현수막이나 겉옷에 쓰인 글귀를 자세히 읽어야만 어떤 선거의 현수막인지, 어느 후보의 유세현장인지를 알 수 있었다.

밀양 일부 유권자들은 국회의원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밀양시장과 이 때문에 공석이 된 경남도의원 선거, 또 여기에 출마하기 위해 비워진 밀양시의원 선거로 총 4개의 선거에 투표하게 됐다.

본선거인 국회의원 선거는 민주당 우서영 후보와 국민의힘 박상웅 후보의 맞대결이다. 여기에 앞서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박일호 전 밀양시장이 사퇴했고 밀양시장 도전을 위해 예상원 전 경남도의원이 사퇴, 또 이 자리에 출사표를 던진 정정규 밀양시의회 의장으로 인한 공석에 밀양시의원 보궐선거까지 치르게 됐다.

공교롭게도 사퇴한 이들은 모두 국민의힘 공천에 신청했으나 후보자가 되지 못했다. 박 전 시장은 국민의힘에 공천 신청해 경선까지 거쳐 공천자로 확정됐다가 시장 재임 당시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돼 공천 취소됐다. 예상원 전 도의원도 공천 신청했다 탈락했으며 정정규 전 시의원 역시 도의원 후보에서 배제됐다.

밀양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이주옥, 국민의힘 안병구, 무소속 김병태 후보 3인의 대결이다. 밀양 2선거구(삼랑진·하남읍·상남면·초동면·무안면·청도면·가곡동) 경남도의원 선거 역시 민주당 하원호, 국민의힘 조인종, 무소속 민경우 후보의 3파전으로 치러지며 밀양 마선거구(하남읍·초동면·무안면·청도면) 시의원 선거는 국민의힘 김종화 후보와 무소속 김태석 후보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8일 오일장이 열린 밀양시 하남읍 수산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선거 운동원들이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8일 오일장이 열린 밀양시 하남읍 수산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선거 운동원들이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8일 오일장이 열린 밀양시 하남읍 수산시장에서 국민의힘 선거 운동원들이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8일 오일장이 열린 밀양시 하남읍 수산시장에서 국민의힘 선거 운동원들이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8일 오일장이 열린 밀양시 하남읍 수산시장에서 무소속 김병태 시장 후보가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8일 오일장이 열린 밀양시 하남읍 수산시장에서 무소속 김병태 시장 후보가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8일 오일장이 열린 밀양시 하남읍 수산시장에서 무소속 김태석 시의원 후보가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8일 오일장이 열린 밀양시 하남읍 수산시장에서 무소속 김태석 시의원 후보가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여러 선거 다수의 후보가 얽혔지만 유세현장은 나름 질서정연했다.

좁은 지역에서 치러지는 선거라 선거 종류와 정당에 상관없이 후보자도, 선거운동원들도 친밀하게 인사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후보들 대부분 지역맞춤형으로 트로트·국악 장르의 음악을 선거 유세송으로 이용하는 것도 공통점이었다.

민주당 밀양시장·도의원 후보의 유세 현장을 지나가는 국민의힘 후보 차량은 노래를 끄고 조용히 지나가는 매너를 보이기도 했다.

이주옥 민주당 밀양시장 후보는 이동하는 차량에서 유세를 하며 길 건너편에서 유세 중인 국민의힘 조인종 도의원 후보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작은 시장에 다수의 유세가 몰리자 시장이 금세 시끌벅적해지고 색색깔 옷을 입은 선거운동원들이 후보자들과 함께 시장 골목골목을 누비며 복작복작해졌다.

그러나 도미노 사퇴와 보궐선거로 인한 피로감은 유권자들이 몫이 됐다. 불과 1년 전 지역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준 이들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간 데 대한 실망감과 그로 인해 최다 선거를 치르는 지역구라는 오명을 쓰게됐다는 볼멘소리도 이어졌다. 특히 출마를 위해 사퇴한 이들이 모두 후보에서 탈락하면서 말 그대로 돈 낭비 선거가 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시장에서 만난 김종선(74)씨는 “전대미문의 지역민 무시다. 임기도 못 지킨 사람들이 지역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하겠냐”고 말했다. 그는 “불과 1년 반 전에 뽑아준 사람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니 밀양시민으로서 참으로 부끄럽다”며 “결국 이 선거들이 다 국민 세금으로 치러진다고 하니 더욱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사전투표를 완료한 이인우(50)씨도 지역의 실망감을 전했다. 그는 “시의원 하라고 뽑아주니 도의원 나가고, 도의원 뽑아줬더니 밀양시장 하겠다고 사퇴했다. 결국 지역 공약도 하나도 못 지키고 나간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실망감 때문에 지역 일부에서는 무소속이 낫다, 무소속 바람이 불 거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민들 대부분 고령층이다 보니 총 5장의 투표용지를 기재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후보 유세를 조용히 지켜보던 배종남(91)씨는 “투표는 수요일에 할 거다. 후보가 워낙 많아서 미리미리 봐두고 있다. 사실 당을 보고 많이 찍기는 하는데, 이번에는 5장이나 찍어야 한다더라”고 말했다.

다소 실망감은 있지만 선거 자체를 지역의 활기로 받아들이는 지역민들도 있었다. 특히 고령층의 주민들은 조용한 동네에 활기가 돌아 오히려 좋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유세를 듣고 환호하거나 유세차량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지역민도 있었고, 유세차량에 손을 흔들거나 쪽지를 전해주고 가는 시민도 있었다.

보궐선거에 나선 한 후보는 “선거가 많아서 오히려 관심도가 집중되는 경향도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각 당 후보들은 최대한 한 팀으로 뭉쳐 유세하는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이날 국민의힘 박상웅 국회의원 후보 유세장에는 조인종 도의원 후보가 박 후보 도착 전 먼저 현장발언에 나서 지지를 호소 했고, 박상웅 후보 유세 후에는 김종화 시의원 후보가 마이크를 잡고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에서는 하원호 도의원 후보가 정차한 채 지지호소를 위한 발언을 하면 이주옥 밀양시장 후보가 차량을 타고 현장을 돌며 유세발언을 하는 합을 맞춰 보여주기도 했다.

이지혜 기자 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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