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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의회 ‘불요불급’ 이유로 군 추경 23%나 삭감

기사입력 : 2024-04-09 15:39:10

373억원 중 88억원, 농업인 등 반발 우려
청년 관련 예산은 전액삭감 사업 중단될 위기
오태완 군수 “군민들께 죄송… 군의회 예산삭감 참담”


의령군의회가 9일 제284회 임시회 본회의를 갖고 의령군 추경예산안의 23.7%에 해당하는 88억원을 삭감하자 의령군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예산삭감에 따라 타격이 예상되는 농민단체 등의 반발이 우려된다.

군의회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추경 예산안을 심사하고, 이날 373억원 중 약 23.7%에 해당하는 88억원을 삭감했다. 이번 조정 규모는 최근 여섯 번의 추경 예산안 평균 조정 비율인 0.83%의 29배에 달한다.

9일 의령군의회 제284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방청객들이 본회의를 지켜보고 있다./의령군/
9일 의령군의회 제284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방청객들이 본회의를 지켜보고 있다./의령군/

더욱이 주민 편익 사업과 재산·생명보호 등 주민 안전 예방 사업 18억9500만원은 오태완 군수와 군의회 의원들이 함께 13개 읍면 전역에서 ‘군민과의 대화’를 열고 군민들의 의견을 들어 편성한 예산이다. 그러나 군의회는 이번 추경 예산안 심사에서 '불요불급'이라는 사유로 전액 삭감했다.

군 관계자는 “주민들의 편익이 기준 돼야 하는데, ‘불요불급’이라는 군의원들의 판단이 우선시 됐다”며 “군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주민들의 절실한 요구를 군의회가 외면했다. 원칙과 상식 없는 예산 심사 결과로 긴급한 안전 예산과 민생예산 집행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더욱이 오태완 군수는 이날 "의령군민을 볼모로 삼는 예산삭감 행위가 민의의 전당이라는 의회에서 자행됐다. 긴급현안 사업비를 깎는 것은 일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의령군은 할 수 있는 모든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 군수는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이번 추경예산은 군민들이 오랫동안 불편함을 감내한 숙원사업이 다수다.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돼 군민께 죄송하다"며 "군민의 삶을 지키고, 의령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에서 군의회가 발목잡기로 군민 불편을 가중했고, 빨간불로 군정 운영을 막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예산삭감으로 오 군수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청년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돼 사업 추진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의령군은 소멸위기에 처한 지역 현실을 돌파하고자 칠곡면 일대를 청년 특구로 조성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청년 소통 공간인 '청년만개' 개소식을 열고 청년들의 기대감을 충족하고 있었다.

농민들도 예민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공동방제용 농자재 살포기 구입 지원 예산 3370만원, 양정시설 개보수 지원 예산 9500만원, 벼 공동육묘장 시설 현대화 예산 2억7500만원, 지역특화품목 육성 예산 12억2400만원 등은 시급한 농민 숙원사업으로 오랜 기간 요청했던 예산이다.

또 양정시설 개보수 지원, 벼 공동육묘장 시설 현대화 사업, 가공공장신축 및 시설현대화 사업, 지역특화품목육성사업, 기계장비 구입 등 5개 농업 관련 사업은 도 공모사업에 선정돼 이미 사업자 선정까지 마친 상태라 이번 예산삭감으로 농업인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의령군의회 관계자는 "(예산관련) 위원회에서는 2024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각 분야별로 타당하고 실효성있게 편성되었는 지를 검토하였고, 낭비적이거나 불필요한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는지 면면밀한 심사를 하였다"고 밝혔다.

한편 의령군은 오는 2차 추경에 이번에 삭감된 예산을 재편성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조윤제 기자 ch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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