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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세대 갈등은 없다- 홍미옥(도슨트)

기사입력 : 2024-04-09 19:20:24

처음 도슨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50대 중반이었다. 갓 대학을 졸업했거나 대학원을 다니던 젊은 동료들에게 나는 엄마보다도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다. 내 위에 직장 상사라고 할 수 있는 큐레이터도 30대 중반 정도였으니 같이 일할 상대로 많이 불편했을 것이다. 사실 나도 또래 아줌마 군단에서만 오래 머물러 있었기에 조직생활에 서툴렀고 젊은 동료들과 적응도 쉽지 않아 스트레스가 많았다. 미술관에서 모든 호칭은 거의 선생님이었다. 그 동일한 호칭이 직장 내의 갈등을 완화시켜주는 중요한 요인이란 걸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동등한 관계란 걸 의미하는 듯했다. 경험이 없다고 어리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동료로 한 개인으로 인정함으로써 관계는 편안해졌다. 물론 나도 아줌마 잔소리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안일한 태도에서 벗어나려 노력했다. 평등한 관계 속에서 세대 간의 갈등은 세대 간의 대화로 바뀜을 경험하였다. 60대 중반이 된 지금도 20대 초반 동료들에게 나는 할머니뻘이지만 우리는 모두 선생님이라 호칭하며 잘 지내고 있다.

오래전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인턴’이라는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은퇴한 시니어가 재취업해 새로운 조직문화에 적응하는 내용으로 우리보다 개인적인 사회, 존댓말이 없는 미국에서도 세대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가 좀 더 심하긴 하겠지만 세대갈등은 세계적인 현상일 것이다. 100세 시대로 인간 수명은 길어지고 여러 세대가 같은 공간에서 길게 함께 살아야 한다. 컴퓨터와 정보화 시대를 사는 요즘 세대는 농경시대 같은 노인의 지혜가 더 이상 필요없는 세상이다. 노인공경 강요는 오히려 세대갈등을 부추길 수도 있다.

이제 중요한 문제는 누군가 얘기한 핵개인이다. 개인의 성격과 성향의 차이로 갈등도 친분도 생기는 것 같다. 결코 세대 간의 문제로만 치부해서 대화의 단절을 당연시하지 않아야 한다. MZ든 꼰대든 각각의 개성, 취향 등 개인을 인정함으로써 나이를 먼저 묻는 연령주의에서 벗어나 동등한 관계와 대화 속에서 진정한 동료,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살아온 시절을 아는 나이든 세대는 지금 그때를 사는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 앞으로 살아내야 할 시절을 살고 있는 그분들을 이해하려는 젊은 친구들의 노력, 결국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홍미옥(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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