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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치락뒤치락’ 진땀 승부에 정당 참관인 희비 엇갈려

창원 성산구 개표 현장

기사입력 : 2024-04-11 01:28:04

잔여투표용지 매수 미기재 ‘실랑이’
수검표 부활에 투표지 분류 분주


10일 창원축구센터 체육관에 마련된 창원 성산구 개표소에서는 희비가 엇갈리는 장면이 반복됐다. 첫 투표소의 개표 결과에서 국민의힘 강기윤 후보가 득표에서 앞선 데 이어 개표율이 진행될수록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후보가 역전하면서 정당 참관인들의 함성과 탄식이 뒤섞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개표에 앞서 ‘잔여투표용지’ 매수를 기록한 것을 두고 참관인과 경남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간의 실랑이가 일면서 개표 시작이 지연됐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 10일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 체육관에서 개표사무원이 수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 10일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 체육관에서 개표사무원이 수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3%p차 접전에 ‘희비 교차’= 이날 개표소에서는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오후 8시 9분께 웅남동 제4투표소에서 강기윤 국민의힘 후보가 224표 중 141표를 얻었다는 첫 번째 개표결과가 발표되자 국민의힘 소속 참관인들은 환호를 질렀다. 이어 오후 10시 2분께 22.55%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도 강기윤 후보가 47.86% 득표율로 44.96%의 허성무 후보를 2.9%p 차로 앞서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참관인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실시간으로 부착되는 개표상황표에는 가장 득표율이 높은 후보자 이름에 동그라미 표시가 돼 있었다. 녹색정의당 소속 참관인은 허성무 후보와 강기윤 후보의 접전 사이에 고군분투하는 여영국 후보를 안타까워했다.

오후 11시 30분께 개표율이 절반 이상(58.11%) 진행된 가운데 허성무 후보가 47.75% 득표율로 44.68%의 강기윤 후보를 3.07%p 차로 제치자 국민의힘 소속 참관인은 머리를 싸매기도 했다.

개표참관인(왼쪽)이 잔여투표용지 매수를 투표소가 아닌 개표소에서 명시한 것을 두고 항의하고 있다./김태형 기자/
개표참관인(왼쪽)이 잔여투표용지 매수를 투표소가 아닌 개표소에서 명시한 것을 두고 항의하고 있다./김태형 기자/

◇‘잔여투표용지 매수 미기재’…참관인·선관위 ‘실랑이’= 오후 6시 20분께 개표소 접수대 앞에 투표함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개표참관인들은 투표함이 들어올 때마다 이상이 없는지 살폈다. 오후 6시 25분께 ‘투표함 등 접수부 제1반’이라는 팻말이 달린 접수대 앞에 사파동 제3투표소 투표함과 파란 손가방이 놓였다. 투표관리관이 파란 손가방에서 꺼낸 ‘국회의원 잔여투표용지’ 봉투와 ‘비례대표 국회의원 잔여투표용지’ 봉투 겉표지에는 매수가 적혀있지 않았다. 투표관리관이 접수대에서 ‘423매’라고 적자 이를 본 개표참관인은 “이 봉투 안에 423매가 있는지 없는지를 어떻게 아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투표에서 투표용지가 남으면 잔여투표용지 봉투에 넣고 겉표지에 매수를 기록하게 돼 있는데, 빈칸인 상태로 개표소에 도착하자 이에 항의한 것이다. 투표관리관은 ‘투표록’에 기록된 숫자를 개표참관인에게 확인시켜 준 뒤 개표소로 운반하려 했으나 개표참관인은 “여기서 개봉하지 않는 이상 숫자가 일치한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느냐”며 진입을 막았다. 항의가 이어지자, 황상인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절차대로 확인받고 나중에 이상이 있으면 이의제기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개표사무원은 개표참관인이 보는 가운데 ‘[투표함]·[투표록] 보완 등에 대한 확인서’에 ‘잔여투표용지 423표를 현장에서 투표관리관이 투표함 등 접수부(제1반)에서 직접 잔여투표용지 봉투에 기재함(국회의원 봉투와 비례대표 국회의원 봉투)’라고 명시한 뒤 잔여투표용지 봉투를 개표소로 옮겼다. ‘투표함 등 접수부 제4반’에 접수된 사파동 제11투표소 잔여투표용지 봉투에도 마찬가지로 잔여투표용지 매수가 적혀있지 않아 개표참관인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30년만 돌아온 수검표…“평소보다 더 꼼꼼히”= 이번 선거에서는 비례와 지역구 선거 투표지 모두 수검표 작업이 진행됐다. 38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면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투표지 길이가 역대 선거 중 가장 긴 51.7㎝에 달했다. 길이가 길어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할 수 없다 보니 개표사무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개표했다. 지역구 개표에도 수검표 작업이 추가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995년 투표지 분류기와 심사 계수기를 도입하면서 수검표 절차를 없앴으나, 개표 조작 의혹 등이 일자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30년 만에 수검표 절차를 다시 추가했다.

이날 개표는 실랑이가 이는 등 개표 시간이 지연돼 오후 7시 11분께 개표가 시작됐다. 협조요원들은 확인을 마친 투표함을 탁자 위에 올리고 거꾸로 들어 기표된 투표용지를 쏟아냈다. 개표사무원들은 탁자 위에 수북하게 쌓인 투표용지를 지역구 국회의원 용지와 비례대표 정당 용지로 구분해 투명한 플라스틱통에 분류했다. 지역구 의원 투표용지는 투표지분류기운영부라는 팻말이 달린 탁자로 옮겨졌다. 투표용지를 받아든 개표사무원들은 용지를 분류기에서 후보별로 다시 분류했다. 분류된 용지는 심사·집계부로 옮겨졌다. 개표사무원들은 후보별로 분류가 잘됐는지 일일이 손으로 확인한 뒤 계수기에 넣어 매수를 기록했다.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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