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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7초 딜레마-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기사입력 : 2024-04-11 18:23:28

말이 없거나, 글까지 생기지 않았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의사를 표현하겠습니까? 모르긴 해도 몸짓으로 모든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먹을 것, 아픈 것, 똥이나 오줌으로 아랫도리가 축축하여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할 때 등 모든 자신의 상황을 몸짓으로 표현합니다. 부모는 어린 자식의 울음소리 등 몸짓으로 그의 요구를 압니다만 타인은 아픈지, 고픈지, 왜 우는지조차 모릅니다.

▼몸짓언어라고 하니 예술의 한 종류로 춤이 떠오릅니다. 춤은 표현의 수단이지만 과거엔 제례, 오늘엔 공연에 이용됩니다. 학자에 따르면 몸짓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55%라고 합니다. 단어가 7%, 음성이 38%입니다. 칭찬을 예로 들면 “잘했다”는 적절한 단어에 상큼한 목소리, 엄지척을 보여주는 행동까지 더해져야 100% 칭찬으로 읽히는 완벽한 의사가 전달됩니다.

▼의사의 55%를 차지하는 몸짓. 그 바탕이 되는 몸은 어떻습니까? TV를 보다 “어두운 시절에 남이 내 곁을 지켜줄 거로 생각하지 말라. 해가 지면 심지어 내 그림자도 나를 버리기 때문이다”는 대사가 마음을 잡았습니다. 시리아의 법학자이자 신학자였던 이븐 타이마야가 11세기에 남겼던 말입니다. 몸조차 권력이나 세월엔 장사가 없다는 지극히 명징한 가르침, 묵직한 일갈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미국은 2009년부터 30만달러를 들여 세계 15개 나라 지도자의 몸짓을 분석했다고 합니다. 평소 행동과 동작, 동의할 때, 거절할 때 등 각각의 몸짓, 표정을 분석하여 협상 등 외교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언어·문자가 넘치고 AI까지 등장했습니다. 몸짓은 퇴화하고,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동물적 인지능력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7초 만에 모든 사람을 판단하는, 첫인상에 모든 것을 겁니다. “반갑습니다”라면서 툭 던지는 인사말, 목소리, 표정 등 행동, 그 7초에 모든 것이 결정됩니다.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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